사상 최고 실적 낸 정유 4사, 올 임금인상률 1%로 '통일'

입력 2017-12-31 18:00   수정 2018-01-0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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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노조 오명 씻자" 노조 양보
기업은 수출 가격 경쟁력 확보



[ 고재연 기자 ]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2017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임금인상률은 예년보다 낮은 1%로 결정됐다. 제품의 70% 이상을 수출하는 기업으로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노사는 최근 기본급 1% 인상과 1호봉 승급을 기본으로 하는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타결 격려금으로 기본급의 150%도 지급한다. 업계에서 1% 임금 인상의 물꼬를 튼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지난 9월 매년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뒤이어 GS칼텍스가 기본급 1% 인상과 격려금 150% 지급을 기본으로 하고 동종업계 평균인상률에 따라 추가 협상하는 ‘1%+(알파)’를 조건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오일뱅크도 GS칼텍스와 같은 조건으로 임금협상을 타결 지었다. 대신 생산전문직 5~7급엔 최종 임금인상률에 0.5%포인트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8조원 이상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 시황이 워낙 좋았던 데다 부업인 화학사업에서도 큰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인상률은 2016년 1.5~1.7%, 2015년 2.3~2.7%보다 훨씬 낮은 1%가 됐다.

일부에서는 ‘고액연봉을 받는 귀족노조’라는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조가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도 들리지 않았고 SK이노베이션 등은 고용세습 조항도 완전히 없앴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 시황에 의존하는 업종 특성상 지금의 호황 국면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좋은 실적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출 기업으로서 제품과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사 협력이 중요하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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