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리의 악사가 부르는 캐럴… 골목 옆 마켓에서 따뜻한 와인 한잔을
승무원들이 연말연시에 스케줄을 받으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크리스마스나 1월에 어느 나라에 있게 될 것인가’이다. 집에서 가족 혹은 친구, 연인과 보내던 크리스마스는 승무원이 된 뒤 시드니나 사이판에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하기도 하고, 날짜변경선 어딘가의 하늘, 비행기 안에서 1월을 맞기도 한다.
올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비행이 나와 고민할 것도 없이 목적지를 정했다.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마켓을 구경했고 뉘른베르크도 돌아봤다. 이번 1월은 어디서 맞을지 아직 모른다. 새해에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지만 이국땅에서 맞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달콤쌉싸름한 느낌을 준다.
중세풍 건물 등 볼거리 풍부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비행기가 게이트를 향해 가는 짧은 시간에도 비행기 창문에 눈이 쌓였다. 예보에 없던 폭설로 공항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눈이란 내릴 때만 아름답고 참으로 번거로운 것임에도, 눈 내린 프랑크푸르트는 얼마나 아름다울까를 떠올렸다.
유럽 허브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이 있는 이 도시는 유럽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방문하거나 스쳐 지나는 교통의 요지다. 독일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금융의 도시이기도 하고, 모터쇼와 도서전시회 등 각종 전시회가 끊임없이 열려 늘 방문객이 많은 도시다. 여행객만큼이나 출장을 위해 방문하는 비즈니스 승객이 많은 노선이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주요 관광지는 중세, 르네상스풍 시청과 건물들이 늘어선 뢰머 광장과 괴테하우스, 프랑크푸르트 대성당 그리고 쇼핑가인 제일(ZEIL) 거리 등이 있다.
라인강 지류인 마인강에 놓인 아이제르너 다리를 건너면 박물관 지구인데 수공예박물관 건축박물관 영화박물관 우편박물관 등 소규모 박물관이 많아 가볼 만하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투어를 마치고 난 관광객들은 근교로 눈을 돌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한다. 중앙역에서는 다른 유럽 나라는 물론 하이델베르크, 뷔르츠부르크, 로텐부르크, 밤베르크, 뤼데스하임, 뉘른베르크 등 근교부터 시작해 멀리는 휘센, 뮌헨, 베를린까지 독일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기차를 탈 수 있다.
이처럼 소소한 시내 볼거리와 전시회, 교통의 메카로만 부각되던 이 도시가 겨울이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는 사실은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전통과 역사 자랑하는 크리스마스마켓
뢰머 광장은 어떤 계절에 방문하더라도 활기차고 매력적인 장소지만 겨울에는 아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프랑크푸르트의 랜드마크인 뢰머 광장에는 시청사와 대성당이 자리하고, 중앙에는 정의의 분수와 정의의 여신 유스티아 동상이 있기에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가이드를 따라 이동하는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쉴 새 없이 도착하고, 광장을 에워싼 노천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한가로워 보이기만 하던 뢰머 광장은 겨울을 맞아 화려한 조명과 눈길을 사로잡는 간판으로 가득 채워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200여 년 전통의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렸다. 200개가 넘는 크리스마스마켓 판매 부스에서는 독특한 모양의 초콜릿, 전통과자, 크리스마스 기념품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곳곳에 글뤼바인과 소시지, 군밤, 크레페와 프레즐 등을 파는 가게가 서 있었다.
방문객들은 뢰머 광장의 시청 건물만큼이나 큰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광장 한복판에 설치된 회전목마와 놀이기구들은 형형색색 전구로 화려하게 빛을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놀이공원으로 변신한 이곳의 축제 분위기를 북돋웠다. 크리스마스마켓이 철거되고 이제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갔다.
낮에 내린 눈이 지붕에 하얗게 쌓여 있다가 바람이 불면 옷깃이며 머리에 툭툭 떨어진다. 차가운 느낌에 울상이 됐다가도 같은 지붕 아래에서 소시지를 먹으며 와인을 마시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이 터진다. 계피 향이 코끝에 스치는 달콤한 와인의 맛, 꽁꽁 언 손을 잠시나마 녹여주는 따끈한 머그잔의 온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지금 여기에 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동화 속 한 페이지와도 같았던 프랑크푸르트의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장난감 생산도시로 유명한 뉘른베르크
뉘른베르크는 바이에른주에 있는 도시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이체(ICE)로 2시간이면 도착한다. 역에서 내려 인파를 따라가다 보면 이곳 역시 크리스마스마켓 용품으로 단장한 판매부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왼손은 코트 주머니에, 오른손에는 글뤼바인 머그잔을 든 사람들을 하나둘 스쳐 지나면 유럽 3대 크리스마스마켓으로 꼽히는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리는 마르크트 광장이 나타난다.
성로렌츠 교회를 지나 프라우엔 교회(성모교회) 앞으로 향한다. 프라우엔 교회 앞이 마르크트 광장인데, 프랑크푸르트의 크리스마스마켓과 마찬가지로 수공예품, 장난감, 캔들, 스노볼, 레프쿠헨(계피향이 나는 과자로 뉘른베르크산이 유명하다)과 같은 것들을 파는 판매부스가 늘어서 있다. 상인들은 사진 찍히는 데 인색하지 않다. 무뚝뚝해 보이는 아저씨도 카메라를 보면 포즈를 취해주고 구경만 하더라도 친절하게 미소 짓는다.
뉘른베르크는 장난감 생산도시로도 유명해서 장난감박물관이 있으며, 캐테 볼파르트라고 하는 유명한 선물가게(1년 내내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선물을 판매하는 매장)가 두 군데 자리잡고 있다. 마켓의 판매부스에도 크리스마스 용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아 가게마다 품질과 가격을 비교해 쇼핑하는 재미가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크리스마스마켓이 뢰머 광장에 집중돼 있는 느낌이라면 뉘른베르크는 규모가 더 크고, 마르크트 광장 이외 지역에도 과일, 채소, 꽃, 견과류나 크리스마스 트리용 나무 등을 파는 노점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그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마켓(Kinderweih-nacht)이 아예 따로 분리돼 있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어린이들은 산타 분장을 한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기도 하고, 화려한 불빛의 2층짜리 회전목마와 놀이기구를 타며 축제를 즐긴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노는 사이 글뤼바인으로 추위를 달래고, 유모차 속 털모자를 쓴 아이들은 두꺼운 담요를 두르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소시지와 바게트를 먹고 있다. 손가락 소시지라 불리는 뉘른베르크의 소시지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와 달리 그 길이가 아주 짧아 동그란 바게트 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다. 길이가 짧아 먹기 편하고 향신료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약 3~4주 동안 지속되는 크리스마스마켓은 대부분 크리스마스이브 전에 끝난다. 현지인이 친구, 가족과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보내는 시간을 관광객의 눈으로 지켜보며, 이것이 단순한 축제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톰테보드(스웨덴 민속신화에 나오는 밤의 요정, 동물들과 가족을 지켜준다) 인형을 신중하게 골라 담자 인형을 파는 아주머니가 미소를 머금고 한마디 건넨다.
“프뢸리히 바인나흐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날들, 12월의 눈 내리는 날 프랑크푸르트 비행은 선물이 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꼭 체험해 볼 5가지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여행자에게 인근 국가로 가기 위해 거쳐 가는 허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유럽 여행의 압축판’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유럽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①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뢰머광장
프랑크푸르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선출한 도시답게 곳곳에 중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건물이 많다. 특히 옛시가지에 있는 뢰머 광장은 프랑크푸르트 여행자들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옛 시청사인 뢰머건물은 고대 로마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뢰머(로마인)라는 이름을 갖게 됐으며,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대관식이 끝난 뒤 화려한 축하연을 베풀던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뢰머건물 주변에는 1537년에 지어진 독일 전통식 건물 브레멘 상공회의소, 대성당이 함께 있다. 옛시가지를 한 바퀴 거닐며 역사적인 건축물을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②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아이제르너 다리
프랑크푸르트 여행자 10명 중 6명은 무조건 가서 사진을 찍는 이곳, 아이제르너 다리. 이곳 시민들도 다리를 건너갈 때마다 종종 사진을 찍을 정도로 낭만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뢰머광장에서 10분 정도 걸어 마인강을 가로지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제르너는 ‘철교’라는 딱딱한 의미와는 다르게 직접 가보면 프랑크푸르트의 평화로운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다리에는 자물쇠가 가득한데 세계 여행자들이 남겨 놓은 추억과 흔적이다. 해가 질 무렵 도착하면 다리에 조명이 켜지기 시작해 프랑크푸르트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③ 독일 대문호 ‘괴테’의 흔적 괴테하우스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학창시절에 한 번은 읽어봤을, 독일 문학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고향이 프랑크푸르트다.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가 괴테의 발자취를 밟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테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광장과 동상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생가 주변이 잘 보존돼 있어 그의 유년 시절과 생애를 따라가 볼 수 있다.
광장 주변으로는 백화점과 상점이 많아서 관광 및 쇼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소이니 시간을 넉넉히 두고 여유롭게 구경하는 것이 좋다.
④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와인, 글뤼바인
독일 하면 맥주, 프랑크푸르트 하면 아펠바인(사과주)이 유명하지만 겨울에는 모두들 글뤼바인을 마신다. 글뤼바인은 레드와인에 과일과 계피 등을 넣어 은근히 데워 그 맛과 향이 우러나게 해 따뜻하게 마시는 와인이다.
간식거리 역시 실내공간이 없는 스낵 바에서 팔고 있기에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일 수 있는 글뤼바인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글뤼바인을 주문하면 예쁜 머그잔에 담아 주는데 다 마시고 컵을 가져가도 되고, 가게에 반납하면 컵 가격만큼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⑤ 1500가지가 넘는 독일 소시지
독일의 소시지는 부어스트라고 하는데 만드는 재료와 방법, 처음 만들어진 지역 등에 따라 그 종류가 1500여 가지에 이른다.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는 그릴에서 바로 구워 동그란 바게트에 끼워주는데, 가판대 한쪽에 마련된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를 뿌려 먹으면 맛있고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여행정보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프랑크푸르트 구간을 A380으로 매일 운항하고 있다. 연말에 열리는 다양한 축제와 행사는 독일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뉘른베르크로 가려면 버스와 기차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이체(ICE)로, 약 2시간 걸린다. DB 내비게이터 앱(응용프로그램) 혹은 홈페이지를 이용해 예매할 수 있다. 일찍 예약할수록 싼 가격에 티켓을 살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글·사진 김소운 아시아나항공 부사무장
swkim75e@flyasi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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