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길 "설계사 수수료 몇 년에 나눠 받도록 추진"

입력 2018-01-01 19:38  

계약 첫해 지급비율 최대 70%
미국 37%의 두 배 달해

"수수료 나눠 지급하면 보험 불완전판매 막고
'먹튀' 설계사도 줄어들 것

보험사와 협의해 참여 유도"… 금융당국도 지원 방침



[ 박신영 기자 ]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사진)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계약을 성사시키면 받는 수수료를 몇 년에 걸쳐 나눠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설계사들이 전체 수당의 최대 70%가량을 보험계약을 맺은 첫해에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설계사들이 소비자에게 정확한 설명 없이 상품을 판매한 뒤 소비자의 보험금 청구나 민원 등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 회장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험사들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보호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각 보험사를 설득해 설계사 수수료 분급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설계사에 대한 첫해 수수료 지급률은 건강보험, 암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의 경우 50~70% 수준이다. 저축성보험은 금융당국이 2012년 보험업감독규정을 바꾼 결과 상한선이 5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미국(37.2%)이나 영국(44.4%) 등 선진국보다 높다.

신 회장은 “설계사가 받을 수수료가 첫해에 몰려있다 보니 수당만 챙기고 회사를 떠나는 ‘먹튀’ 설계사와 이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 계약’이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계사 수수료 분급안이 정착되면 설계사들의 무리한 영업 관행에 따른 불완전판매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 제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보험사가 동참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설계사에 대한 수수료 지급 기한은 금융감독원의 감독규정 없이도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설계사들은 수수료를 짧은 기간에 최대한 많이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보험사들로선 수수료 분급안을 도입하면 설계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 회장은 “생보사들이 소비자 신뢰를 받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원사들이 이 같은 취지를 공감하지 않으면 생보협회도 추진 동력을 얻기 힘들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신 회장의 방침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섣불리 감독규정을 바꾸기 어렵다”며 “보험사들이 먼저 움직여준다면 훌륭한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 밖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재무건전성 제도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보험사들의 건의사항이 K-ICS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에 계류 중인 연금저축보험 상품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 축소 개정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박주현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했다. 연금저축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와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들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 회장은 “근로소득자 중 상당수가 연금저축 상품 가입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연말정산을 통해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회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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