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올라 글로벌 투자 늘렸다는 분석도
[ 김우섭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해 11월 한국 주식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여유 자금이 생긴 UAE 국부펀드가 한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UAE가 특정 한국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UAE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96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국(8560억원)을 제치고 한국 주식에 가장 많이 투자(순매수 기준)한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UAE의 순매수액은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1월 말 기준 UAE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 규모도 9조462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증권업계에선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수입이 늘어난 아부다비 국부펀드 등이 자금 집행 규모를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원유가격(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은 지난해 11월6일 배럴당 61.80달러를 기록해 연초(52.09달러)보다 18.64% 올랐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국제 유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서 중동계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투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UAE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투자를 늘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이어 12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방문 전후로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왕권 통치 국가인 만큼 특정 지도층의 결정으로 자금이 집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순수 투자 목적 외에 정치적인 배경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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