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매각 때 MBK와 체결한 '경업금지 조항' 5년 만에 풀려
"노하우·인프라 앞세워 시장 탈환"
인력 뽑고 대리점 모집 본격화
코웨이 인수·자체 사업 '투트랙'… "지각변동 온다" 업계 초긴장
[ 전설리/김정은 기자 ] 1998년 외환위기 때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은 창고에 쌓여 있는 정수기를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고민 끝에 ‘차라리 빌려주자’고 생각했다. 과장급 직장인이 맑은 물을 마시는 데 2만7000원쯤은 쓸 것이란 생각에 2만7000원짜리 렌털서비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직원들은 “원가를 맞출 수 없다.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윤 회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설계부터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 가격에 맞춰 제품원가 운영비 등을 줄인 결과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국내 가전제품 렌털서비스의 시작이다. 국내 렌털서비스의 원조가 5년 만에 귀환한다. 웅진그룹이 렌털사업 재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렌털인력·인프라·노하우 그대로 남아”
웅진그룹은 국내 정수기 렌털사업에 재진출할 것이라고 3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이날부터 잡코리아를 통해 지원받는다. 모집대상은 지점장과 지국장. 1월 말부터는 대리점 모집에 나선다. 이를 위해 TV광고를 할 계획이다. 인력을 채용한 뒤 상반기 정수기,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비데 등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웅진이 렌털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것은 경업(競業)금지가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웅진은 2013년 재무구조 악화로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2018년 1월2일까지 5년간 렌털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 조항을 넣었다. 경업금지가 해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것이다.
윤 회장은 ‘그룹 시초’인 렌털시장에서 재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사업을 구상해왔다. 작년 사내에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운영했다. 웅진은 이달 TF팀 인력을 사업부로 재편하는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웅진 관계자는 “1998년 렌털서비스를 처음 고안한 영업 자금 등 분야의 인력 인프라 노하우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렌털 경험이 풍부한 업계 최고 수준의 콜센터를 비롯해 파주에 있는 물류계열사 북센 등을 활용할 계획”이란 설명이다.
제품은 국내 중소기업 등에서 공급받는다. 윤 회장은 작년 9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이 판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외 전시회 등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과 협업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비데 매트리스 등 10여 가지 혁신 제품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렌털 서비스와 방문판매는 그룹 시초이자 우리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라며 “웅진의 노하우와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웅진, 브랜드 인지도 높아
업계는 원조의 귀환을 주시하고 있다. 1위 코웨이를 비롯해 교원그룹 청호나이스 쿠쿠전자 바디프랜드 등 경쟁사는 인력 이탈 등을 우려해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현대(현대렌탈케어) SK(SK매직) 등 대기업이 진출하는 등 경쟁이 심화된 데다 플랫폼 온라인화 등 경영환경이 바뀌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매트리스 등으로) 렌털 품목이 다양해지고 렌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기회”라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렌털시장이 지난해 28조7000억원에서 2020년 4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웅진이 렌털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는 점도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웅진에 따르면 작년 11월 업계 1위 ‘코웨이’와 ‘웅진코웨이’ 네이버 키워드 검색 건수가 10만여 건으로 비슷하다. 웅진이 사업을 접은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소비자가 정수기를 빌릴 때 웅진코웨이를 검색해본단 얘기다. 웅진은 신사업 진출과 동시에 코웨이 인수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웅진이 렌털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면 현재 금융업계에서 낮게 보는 코웨이 인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설리/김정은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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