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한빛 PD 동생 "'화유기' 소식 듣고 소름… CJ E&M 1년만에 신뢰 깨"

입력 2018-01-04 15:06   수정 2018-01-05 09:33



언론노조 측이 4일 서울 중구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회의실에서 드라마 '화유기' 제작 현장 추락 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이 열었다. 이날 최정기 언론노조 정책국장, 김한균 언론노조 위원장, 김종찬 MBC아트 지부장, 샹들리에 설치작업 목격자 A씨, '혼술남녀' 故 이한빛 PD 유족 이한솔 등이 참석했다.

언론노조 측은 CJ E&M의 구체적 개선 방안과 이행 계획을 제작 종사자들과 시청자 앞에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 CJ E&M은 방송 제작 환경과 문화 개선을 약속했다. 말로만 립서비스 하는 것이 아닌가 지켜봤다.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공중파를 제외하고 CJ E&M은 가장 큰 방송사이기에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협상 주체가 아니다.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지원, 보상은 그 자체로 충실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잘 진행되는지 씨제이가 이 문제에 대해 대처하고 있는지 지켜볼 것.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즉시 의견과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혼술남녀' 연출부 출신 이한빛 피디의 동생 이한솔 씨는 "처음 '화유기' 소식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라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저희는 관련자를 처벌하기보다 방송사에서 큰 책임을 지고 이한빛 피디 이후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요한 해결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CJ E&M이 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고 신뢰 또한 보였다. 가족의 죽음을 걸고 가해자들과 협상을 했다. 이런 구조가 나을 것이라고 믿었다. 당사자들의 노력 또한 신뢰했다. 하지만 1년만에 쉽게 깨졌다. 좌절 보다는 희망을 주고자 했던 우리의 움직임이 부끄러운 결과물로 돌아오는 마음이 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문화를 바꾸는 것을 넘어서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현장의 분위기를 좋게 할 수 있는 부분은 방송사와 경영자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손해를 보더라도 결단들이 시행이 된다면 문화들이 바뀔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저희와 약속했던 말들에 책임을 지고 구체적인 시행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23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화유기' 세트장에서 MBC 아트 소속의 스태프가 천장에 조명을 달다 추락사고를 당해 허리뼈와 골반뼈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MBC아트 관계자들은 제작사의 제작비 절감에 따른 열악한 노동환경과 갑을 관계 속 부당한 지시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며 지난해 12월 28일 '화유기' 제작사인 제이에스픽쳐스 법인, 대표, 미술감독을 업무상 과실치상, 공갈,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안성경찰서는 3일 사건 현장에 있던 목격자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도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요청에 따라 '화유기' 세트장을 네 차례 찾아 현장 근로감독을 실시, 총 14가지 사항을 위반한 것을 확인하고 시정조치와 과태료 부과, 사법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유기'는 지난해 12월30일~31일 방송 예정이었던 3,4회 방송을 차주로 미룬 상태다. 하지만 tvN 측의 입장대로 6일과 7일 방송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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