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뒤덮은 反정부 시위
경제난에 신정체제 거부로…
경제·정치개혁 공약 '헛구호'
로하니 대통령 '벼랑끝으로'
미래 비전 잃은 이슬람공화국
미국은 더이상 침묵하지말고
이란 정권 부패·反인권 제재 등
시민들의 脫신권정치 지원해야
[ 양준영 기자 ]
이란은 미국인을 놀라게 하는 특이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주요 도시를 뒤덮은 반(反)정부 시위로 또다시 놀라게 만들었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시위는 신권정치에 대한 거부로 빠르게 변했다.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로하니에게 죽음을!” “기필코 이란을 되찾을 것!” 이런 구호들은 틀림없이 물라(이슬람 율법학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을 것이다. 시위에 나선 페르시아인(이란인)들은 빈약한 자원을 아랍 분쟁에 투입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헤즈볼라에 죽음을!” “가자지구 반대, 레바논 반대! 우리의 삶은 오직 이란을 위해!”
사건은 거리에서 벌어졌지만,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실용주의 통치’라는 로하니 정권의 거짓 주장이 될 것이다. 이슬람 공화국의 토대를 흔든 2009년 ‘녹색혁명’ 직후 서구의 살롱과 대사관에는 사악한 주장이 퍼졌다. 그해 여름의 격변은 단지 선거 부정에서 비롯됐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2013년 온건파인 로하니가 선출되면서 체제는 다시 균형을 잡았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측근들은 아마도 국민들의 명령에 굴복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이란인들은 점진적인 변화를 원하고, 헌법조항과 국민투표가 체제를 적정 수준으로 이끄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주 이란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란 정부는 10년마다 전국적인 봉기로 정통성에 타격을 입었다. 1980년대에 이란은 민주주의 질서라는 혁명 공약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 자유주의자들과 세속주의자들에 맞서 내전을 단행했다. 1999년 학생들의 시위로 인해 개혁주의는 마감했고, 시민사회 육성과 선거를 통해 신앙과 자유를 조화시키겠다고 약속한 무함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집권을 끝냈다. 개혁주의자들은 억압적인 정권의 인정받지 못하는 조력자로 머물렀지만, 아무도 그 변화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강경파들은 정치적 해방보다 경제 정의를 앞세운 국가적 합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격동적인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정권이 남긴 것은 부패와 호전성뿐이었다.
그리고 로하니와 그의 중도주의파들이 왔다. 그들은 외국인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로하니는 경제 제재를 풀고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핵 협정이 필요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기꺼이 응했고, 이란은 17억달러의 현금을 포함해 수백억달러의 동결 자산을 회수했다.
그러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성직자, 혁명수비대는 이를 생산적인 곳에 쓰는 대신 대외 모험주의 활동과 부패에 소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경제와 정치 개혁에 대한 공약은 과도한 반면 실천은 미흡했다. 그의 중도적 통치에 대한 신중한 실험은 무너져내렸고, 정권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소련이 최후의 날을 보낸 것처럼 이슬람 공화국은 더 이상 자신의 이상에 호소할 수 없으며, 생존을 위해 공안기관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념적 구조인 신권정치에는 치명적이다. 이념적 권위주의 국가들은 권력자들이 자신의 폭력을 용인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필요로 한다. 신권정치의 정실주의는 이런 정통성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집권 성직자들에게 로하니는 이란 국민에게 희망을 주면서 서양인을 매혹시킬 수 있는 묘한 매력의 물라였다. 그 희망은 이미 사라졌다.
앞으로 몇 주 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오바마 정부가 2009년 그랬던 것처럼 침묵을 지키고 거리를 두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들은 이란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권고할 것이다. 만약 미국 당국자들이 끼어든다면, 이 정권은 비판적인 세력을 ‘외세의 대리인’으로 낙인 찍을 것이다.
이런 케케묵은 처방은 이란인들이 자신의 투쟁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민주 반체제 인사들은 항상 그래왔다. 그런 점에서 이란인들은 과거 소련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폭압에 맞서 싸우고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열렬히 환영하는 비무슬림 반체제 인사들과 다르지 않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녹색혁명 기간 동안 침묵한 것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의 불명예스러운 길을 따르지 않는 것이 옳다. 백악관은 이란 언론을 포함해 매일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부패와 인권 침해를 겨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 미 의회는 이란 정권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유럽 동맹국들이 경제적 욕심을 극복하도록 압박하고, 이란인들이 신권정치에서 벗어나도록 힘쓰는 것을 지원한다는 과거의 초당적 결의를 재발견해야 한다.
이슬람 공화국은 역사의 힘을 마스터했다고 주장하는 여러 이념적 정권을 낳은 역사의 유물이다. 지금쯤 이들 대부분은 과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공화국이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했다. 그가 남길 가장 중요한 유산은 아마도 중동 지역을 가장 강력하고 고약한 정권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원제=Iran’s Theocracy Is on the Brink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마크 두보위츠 < 민주주의수호재단 CEO (레이 타케이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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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더이상 침묵하지말고
이란 정권 부패·反인권 제재 등
시민들의 脫신권정치 지원해야
[ 양준영 기자 ]
이란은 미국인을 놀라게 하는 특이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주요 도시를 뒤덮은 반(反)정부 시위로 또다시 놀라게 만들었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시위는 신권정치에 대한 거부로 빠르게 변했다.“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로하니에게 죽음을!” “기필코 이란을 되찾을 것!” 이런 구호들은 틀림없이 물라(이슬람 율법학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을 것이다. 시위에 나선 페르시아인(이란인)들은 빈약한 자원을 아랍 분쟁에 투입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헤즈볼라에 죽음을!” “가자지구 반대, 레바논 반대! 우리의 삶은 오직 이란을 위해!”
사건은 거리에서 벌어졌지만,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실용주의 통치’라는 로하니 정권의 거짓 주장이 될 것이다. 이슬람 공화국의 토대를 흔든 2009년 ‘녹색혁명’ 직후 서구의 살롱과 대사관에는 사악한 주장이 퍼졌다. 그해 여름의 격변은 단지 선거 부정에서 비롯됐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2013년 온건파인 로하니가 선출되면서 체제는 다시 균형을 잡았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측근들은 아마도 국민들의 명령에 굴복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이란인들은 점진적인 변화를 원하고, 헌법조항과 국민투표가 체제를 적정 수준으로 이끄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주 이란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란 정부는 10년마다 전국적인 봉기로 정통성에 타격을 입었다. 1980년대에 이란은 민주주의 질서라는 혁명 공약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 자유주의자들과 세속주의자들에 맞서 내전을 단행했다. 1999년 학생들의 시위로 인해 개혁주의는 마감했고, 시민사회 육성과 선거를 통해 신앙과 자유를 조화시키겠다고 약속한 무함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집권을 끝냈다. 개혁주의자들은 억압적인 정권의 인정받지 못하는 조력자로 머물렀지만, 아무도 그 변화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강경파들은 정치적 해방보다 경제 정의를 앞세운 국가적 합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격동적인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정권이 남긴 것은 부패와 호전성뿐이었다.
그리고 로하니와 그의 중도주의파들이 왔다. 그들은 외국인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로하니는 경제 제재를 풀고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핵 협정이 필요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기꺼이 응했고, 이란은 17억달러의 현금을 포함해 수백억달러의 동결 자산을 회수했다.
그러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성직자, 혁명수비대는 이를 생산적인 곳에 쓰는 대신 대외 모험주의 활동과 부패에 소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경제와 정치 개혁에 대한 공약은 과도한 반면 실천은 미흡했다. 그의 중도적 통치에 대한 신중한 실험은 무너져내렸고, 정권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소련이 최후의 날을 보낸 것처럼 이슬람 공화국은 더 이상 자신의 이상에 호소할 수 없으며, 생존을 위해 공안기관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념적 구조인 신권정치에는 치명적이다. 이념적 권위주의 국가들은 권력자들이 자신의 폭력을 용인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필요로 한다. 신권정치의 정실주의는 이런 정통성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집권 성직자들에게 로하니는 이란 국민에게 희망을 주면서 서양인을 매혹시킬 수 있는 묘한 매력의 물라였다. 그 희망은 이미 사라졌다.
앞으로 몇 주 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오바마 정부가 2009년 그랬던 것처럼 침묵을 지키고 거리를 두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들은 이란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권고할 것이다. 만약 미국 당국자들이 끼어든다면, 이 정권은 비판적인 세력을 ‘외세의 대리인’으로 낙인 찍을 것이다.
이런 케케묵은 처방은 이란인들이 자신의 투쟁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민주 반체제 인사들은 항상 그래왔다. 그런 점에서 이란인들은 과거 소련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폭압에 맞서 싸우고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열렬히 환영하는 비무슬림 반체제 인사들과 다르지 않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녹색혁명 기간 동안 침묵한 것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의 불명예스러운 길을 따르지 않는 것이 옳다. 백악관은 이란 언론을 포함해 매일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부패와 인권 침해를 겨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 미 의회는 이란 정권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유럽 동맹국들이 경제적 욕심을 극복하도록 압박하고, 이란인들이 신권정치에서 벗어나도록 힘쓰는 것을 지원한다는 과거의 초당적 결의를 재발견해야 한다.
이슬람 공화국은 역사의 힘을 마스터했다고 주장하는 여러 이념적 정권을 낳은 역사의 유물이다. 지금쯤 이들 대부분은 과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공화국이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했다. 그가 남길 가장 중요한 유산은 아마도 중동 지역을 가장 강력하고 고약한 정권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원제=Iran’s Theocracy Is on the Brink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마크 두보위츠 < 민주주의수호재단 CEO (레이 타케이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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