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비해 직선(直線)으로 이뤄진 네모를 그리는 기기는 矩(구)다. 이른바 곱자라고 해서 네모를 그리는 데 필요한 도구다. 이 둘을 합치면 규구(規矩)다. 일정하게 모습을 그리는 기준에 해당하니 곧 법칙과 원칙 등의 뜻을 얻는다.
規制(규제)라고 할 때 둘째 글자 制(제)는 의미가 분명하다. 글자 요소의 왼쪽 부분은 무성하게 자란 풀을 가리킨다. 오른쪽 요소 (도)는 칼이나 낫, 또는 그런 도구로 대상을 자르는 행위다. 그로써 制(제)라는 글자는 ‘베다’ ‘마름질하다’의 뜻을 얻었고, 이어 강제로 무엇인가를 누르거나 손질하다는 새김을 획득했다.
따라서 ‘규제’는 일정한 법칙과 테두리를 정한 뒤 그에 맞춰 일을 실행하는 행위다. 우리 일상 속에 이 制(제)를 돌림자로 삼아 만들어진 단어는 아주 많다. 제재(制裁)는 옷감을 다듬는 마름질의 새김에서 법적인 구속력으로 남을 억누른다는 의미까지 얻었다. 무력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행위는 强制(강제), 그냥 잡아 누르면 抑制(억제), 상당한 무게로 위에서 아래로 누른다면 壓制(압제), 큰 명분 등을 세워 테두리로 남을 끌어가면 統制(통제), 잡아끄는 동작으로 상대의 행위를 자연스럽지 못하게 만들면 牽制(견제), 재갈을 써서 그렇게 한다면 箝制(겸제)다.
制止(제지)는 아예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 制御(제어)는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일, 制動(제동)은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는 행위, 制限(제한)은 한도를 정해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동작이다.
일정한 수요에 따라 이런 일과 행위가 필요해 制度(제도), 法制(법제) 등의 문명 용어가 탄생했지만 남발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아 창의력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 나아가 자유로운 기업 발전이 절망적이라는 한 기업 총수의 절규를 가벼이 들을 때가 결코 아니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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