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란 기자 ] 중국과 대만 갈등이 심상치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 벽두부터 군복을 입고 군 동원 훈련대회에 참석해 ‘강군(强軍) 실현’을 외치더니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이 군함 여러 척을 대동하고 대만해협으로 항로 확대를 감행했다.
더 대담한 행보는 대만에서 나왔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달 29일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자주국방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다”며 “매년 국방예산을 꾸준히 증액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군사적 확장과 빈번한 군사활동이 아시아를 불안하게 한다”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필요하다면 다른 국가와의 군사적 협력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이 2016년 취임한 이후 대만과 중국 당국 간 대화는 중단됐다. 차이 총통이 ‘하나의 중국(One China)’을 핵심으로 한 1992년 합의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중국의 분단은 1949년 중국 대륙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고, 내전에서 패한 장제스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도피해 중화민국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중국은 대만의 독립을 반대하고,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흡수 통일을 추구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이어오고 있다.
차이 총통의 대담한 발언은 미국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해석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대만과 미국 해군 함정의 기항지 교차 방문을 승인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지난여름엔 대만에 14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팔았다.
트럼프 정부 들어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승리 직후 차이 총통에게 전화를 걸었다. 1979년 미국이 공식 외교 파트너를 대만에서 중국으로 변경한 이후 어느 대통령과 당선자도 대만 총통에게 전화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의전상 중대한 결례였다. 그는 전화 통화 후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다가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이를 거둬들였다.
하나의 중국은 지난 40년간 미·중 관계의 근간을 이룬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발표한 새 국가전략보고서(NSS)에서 다시 한 번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묘한 입장을 내놨다. NSS는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대만과 강한 유대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는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적법한 방어 필요성을 제공하고 강압을 저지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 이행을 포함한다”고 했다. 동시에 NSS는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 미국의 경쟁국으로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해상 ‘일대일로(一帶一路)’ 를 견제하기 위해 대만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끌어안기가 본격화하자 중국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에 대한 외교적,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중국 내에선 대만과의 ‘무력통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대만과의 전쟁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도 감지된다.
중국 민간 연구기관인 차하르연구소의 덩유엔은 2020년까지 무력통일이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 주석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평화시스템 구축 때까지 그의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이 대만 통일을 이룬다면 중국 역사에 업적으로 남을 일이다.
미·중 간 경직된 세력 경쟁이 인도·태평양 전역에 걸쳐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지역 세력균형’ 대외전략은 동맹국 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 차원에서 경쟁국(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아세안 중소 국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아시아 각국이 독립을 유지하는 게 미국의 역내 이해와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역내 리더가 되고 싶은 중국은 이를 원하지 않는다. 한반도는 강대국 세력 경쟁의 한가운데 있는 만큼 중국과 대만 문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공격한다면 동아시아 정세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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