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성범죄 연 700여건
20%는 클럽과 관련된 사건
증거 불충분에 대부분 '유야무야'
CCTV 설치 권고 '나몰라라'
법적 강제성 없어 '속수무책'
일부 클럽은 CCTV 줄이기도
전문가 "범죄예방 대책 서둘러야"
[ 박진우/박종관 기자 ] “어디서 신고를 해. 죽으려고.”
지난 4일 저녁 서울 신사역 인근 A클럽. 연말부터 이어진 흥청망청 분위기가 새해에도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소동이 벌어졌다. 한 20대 청년이 덩치가 두 배는 돼 보이는 클럽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현장이었다. 청년은 “성추행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폭행당한 뒤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걸 트집 잡아 또 때렸다”며 분개했다.
20~30대가 즐겨 찾는 강남 일대 클럽들에서 최근 성폭력·강도·폭행 등의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도 미온적으로 대처해 클럽이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클럽 방조… 위험수위 치닫는 성폭력·폭행
5일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연간 관할 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 700여 건 중 20%가 클럽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이 몰리는 연말연시에는 클럽 관련 신고 건수만 하루 20여 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성추행이다. 최음제까지 은밀히 사용된다.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불리는 ‘물뽕’은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물뽕이 녹아 있는 술을 마시면 몸이 나른해지고 정신을 잃는다. 한 물뽕 판매자는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으로만 구매 가능하다”며 “원액은 6회 사용분에 65만원”이라고 했다.
클럽 측의 무신경이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의식을 잃거나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손님은 클럽에서 일방적으로 내쫓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에는 클럽에서 취한 채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여성을 오토바이로 쫓아가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이 술에 취한 여성을 보호하기보다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밖으로 내쫓기 일쑤”라며 “이들 손님이 범죄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지비 든다”며 CCTV 철거도
심각한 상황과 달리 처벌의 손길은 닿지 않고 있다. 신고가 접수돼도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용의자가 붙잡히고 심증이 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게 경찰의 하소연이다. 한 파출소 관계자는 “성추행 등이 있을 경우 목격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클럽 관계자들이 용의자 편을 들면서 진술하니 증거불충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6월 클럽 업주들에게 내부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럽 측이 비협조적이다. “경찰이 유지비를 대줄 거냐”며 대부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용 절감을 위해 이미 설치된 CCTV마저 줄이는 곳도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주들 사이에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여성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통념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은 “손님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라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길거리로 내모는 건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우/박종관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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