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인 가구 전성시대’다. 자녀들은 장성해도 의례적으로 결혼하지 않는다. 결혼한 가정도 졸혼이다, 이혼이다 하며 해체되기 일쑤다. 통계청은 2020년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약 30%인 6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를 이루게 된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환과고독(鰥寡孤獨: 늙은 홀아비와 홀어미, 고아 및 늙어서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을 나라에서 긍휼히 여겨 돌봐야 하는 백성이라 여기는 맹자의 말씀도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가족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리라.
평생을 순풍에 돛 단 듯 흘러가는 인생이 있으랴. 누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는 시간을 맞닥뜨리고 극복해간다. 가족이 큰 힘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귀 막고 입 막고 눈 가리고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가정을 꼭 지키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가정법원에서 심리하는 가정보호사건은 가족 간의 폭력이 문제가 됐을 때 일반 형사 절차와 달리 가정의 회복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벌금이나 징역형같이 일회적인 형사 처분이 아니라 가정폭력 예방 교육 또는 부부 및 가족 상담 등을 통해 가족 내 갈등의 주된 원인을 파악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가정보호사건의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는데, 왜 법원에서 오라 가라 하느냐며 항의해 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여기서 정말 괜찮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정 폭력 피해자에게 “괜찮아요?”라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몸의 상처가 아물었으니 괜찮다고 해야 하는 건지, 가해자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괜찮아야 하는 것인지…. 괜찮다는 건 걱정이 되거나 꺼릴 것이 없는 상태라는 것인데 오히려 괜찮지 않다고 대답할 수 없는 심리 상태에서 나온, 대안이 없는 대답일 수 있다.
법정에서 괜찮다며 선처를 바란다고 얘기한 피해자도 전문가 상담 과정을 거치면서 괜찮지 않은 속마음을 서서히 내보이면서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고는 한다. 정말로 괜찮아지려면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고 치료해야 한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에겐 “괜찮아요?”가 아니라 “아프죠” “힘들죠”라고 물어봐야 한다. 그 과정을 거쳐서 가정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존하는 곳이 아니라 가족이 다 함께 가꿔가는 안식처가 돼주기를 새해 소망에 담아본다.
성백현 < 서울가정법원장 bhsung@scourt.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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