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대신 백화점으로 가는 중국인들…사드 이겨낸 LG생건 '후'

입력 2018-01-08 13:29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후'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에서 고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한국 제품 불매·단체관광 중단 등 사드로 기인한 악재가 많았지만 백화점 등을 통한 고급화 전략이 빛을 봤다는 평가다.

8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작년 '후'의 매출이 1조 4000억원을 돌파했다.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줄면서 면세 채널 판매 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중국 현지 백화점 등지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현지 백화점 매장 판매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는 2006년 중국에 처음 런칭한 뒤 꾸준히 최고급 백화점에 매장을 났다. 2017년 중국 백화점 내 '후'의 매장은 192곳으로 사드 여파에도 34곳을 신규 출점했다.

상해의 '빠바이빤', '지우광', 북경의 'SKP' 등 중국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VIP를 적극 공략했다. VIP초청 뷰티클래스를 진행하거나 봄가을 대형 메이크업 행사를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 포시즌스 호텔에서 '2017 후 궁중연향 인 베이징'을 개최하기도 했다. 중국 내 상위 5% 고객을 염두에 뒀다.

현지에선 대표적으로 '후'의 '비첩 자생 에센스'가 일명 '이영애 에센스'로 알려지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궁중 한방 화장품을 콘셉트로한 화려한 용기 디자인도 이목을 끌었다.

사드 여파로 동종업계가 난항을 겪고 있을때도 흔들림 없는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후'와 자연·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을 합산 매출 성장률은 101%에 달했다. 1, 2분기 67.6%, 75.1%를 기록했던 것고 비교하면 성장세가 눈에 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매출 규모면에서는 여전히 면세점이 크지만, 성장률면에서는 중국 현지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며 "궁중한방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전략적인 키워드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후와 숨의 합산 매출이 1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올해 두 브랜드의 매출이 10년 전인 2008년 전사 매출(1조 9677억원)보다 높은 2조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국내 브랜드 중 중국 시장에서 매출액 2위 브랜드였다. 업계에선 현재 후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2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후'가 고성장세를 보이면서 LG생활건강 시가총액 순위도 아모레퍼시픽을 제쳤다. 2015년까지만 해도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아모레퍼시픽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주춤하는 사이 화장품 대장주로 등극했다. 이날 오전 11시 50분 현재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18조1171억원,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은 17조362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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