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으로 8급 비서를 대놓고 ‘지역구 관리’용으로 채용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국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신상진 의원실의 8급 채용공고에는 주요 업무가 ‘지역 의정활동 및 민원 지원’이고, 근무지도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지역구 사무실로 돼 있다. 국민 혈세로 지역구를 관리할 비서를 부리겠다는 얘기다. 다른 의원들의 채용공고에는 SNS 관리 및 홍보, 운전·수행비서 등으로 돼 있다. 그러나 업무 배치는 전적으로 의원 재량이어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8급 채용에 연간 67억원이 든다.
게다가 8급 비서 신설안 표결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 28명 중 상당수가 지난달 12일 채용이 시작되자 앞다퉈 채용신청서를 내 눈총을 샀다. 어차피 통과될 법안에 ‘소신 투표’했다는 명분을 챙기면서, 혜택은 먼저 누리겠다는 심보다. ‘초록은 동색’이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판이니 임기 중 8급 비서를 채용하지 않고 임금 상승분을 기부하겠다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희귀종’으로 비칠 정도다.
물론 의원실마다 지역구 관리를 담당하는 보좌진을 1~2명씩 둬왔다. 그 역할을 신설된 8급이든, 다른 직급이든 누군가는 맡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하지만 의정활동 강화를 명분으로 2010년 5급 비서에 이어 8급을 또 신설해 지역구 관리에 활용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국회의원 특권은 OECD 최고 수준인데 선거 때만 반짝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식언(食言)을 남발해 온 국회다. 대우가 좋으면 일이라도 잘해야 할 텐데, 의원들이 주특기라고는 정쟁과 엉터리 규제입법뿐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이런 국회를 언제까지 두고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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