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이 적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경쟁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무역장벽 뒤로 후퇴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초 폭발할 국제 무역 이슈를 산더미처럼 쌓아 왔다.
미국은 거의 쓰이지 않는 ‘국가 안보’를 명분 삼아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을 차단하려고 한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중국과 철강 생산 감축 협상을 시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먼저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제품에는 이미 80%가 넘는 관세가 매겨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전략은 역풍을 불러올 것이다.
이것은 ‘빅쇼’의 서곡에 불과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혹은 두 개 모두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 NAFTA를 ‘바로잡기 위한’ 협상은 끝났다.
국가 안보 내세운 보호무역주의
트럼프 대통령의 신국가안보전략의 동력은 북미에서부터 시작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에 대한 무역적자 해소를 아시아와의 경쟁, 국경 보호, 에너지 안보와 같은 이슈보다 우선하고 있다. 개별 거래로는 무역 균형을 결정하는 경제적 구조를 바꿀 수 없다.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 지지층을 달래려 하지만 대선에서 약속한 국경 장벽을 세우지 못하면 그들은 격분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 일보다 특정 집단을 비난하는 것이 쉽다는 것을 아는 경제적 고립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NAFTA를 폐기하는 것이 그런 취지에 맞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국가에 의한 관리 무역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그와의 거래를 원치 않는다. 그는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장벽을 높이기 위한 구실을 원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조사를 보호주의 정당화에 이용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외국인 투자 심사 규정에 의해 새로운 기술 통제 체제를 구축하기 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검토하는 규제는 중국에 대한 거래뿐 아니라 허가, 합작사업, 고용 등과 관련한 수많은 기업 거래에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투자를 차단하고 기술 이전을 규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1년에 200개 정도의 거래를 검토한다. 이를 수천 건으로 늘리는 것은 미국의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대가 치를 것
이것은 모두 미국이 후퇴하고 있다는 징후다. 미국 농민들은 보호무역정책이 불러올 보복 조치로 사업이 망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같이 정교한 공급사슬에 의존하는 기업들도 비싼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미국은 데이터, 전자상거래, 초국가적 서비스를 위해 새로운 국제무역 표준을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한때 미국은 세계의 인재들을 불러모았지만 트럼프의 적대적 태도가 그들을 떠나게 만든다. 미국이 NAFTA에서도 후퇴한다면 세계 금융시장마저 그의 고립주의를 하나의 위험 요인으로 인식할 것이다.
진정한 경쟁자는 자신의 약점을 정직하게 평가하고 적응하고 더 강해진다. 이것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자질들이다. 올해는 무역정책이 트럼프의 미국을 정의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 글은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가 ‘Trump Courts Economic Mayhem’이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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