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톡] '화장실 혁명' 과열에 호텔급 공중 화장실 등장… 中 "호화 화장실 짓지 마라"

입력 2018-01-09 10:56   수정 2018-01-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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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중 화장실은 악취와 불결함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악명이 높습니다. 칸막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화장실도 허다합니다. 중국 국가관광국은 2015년부터 3개년 계획을 세워 200억위안(약 3조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현대식 화장실 7만 여개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써온 중국 입장에서 화장실이 큰 장애물 중 하나였기 때문이지요.

2012년 집권 후부터 화장실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달에도 “화장실 문제는 사소한 일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 문명 건설을 위한 중요 과제”라며 “관광지와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시 주석이 이른바 ‘화장실 혁명’을 강조하고 나서자 중국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화장실 개조 작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5성급 호텔에 버금갈 정도의 호화 화장실이 곳곳에 들어섰습니다. TV는 물론 와이파이, 휴대폰 충전기, 분수, 자동 신발 광택기 등을 갖춘 화장실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충칭시 비산구 슈후(秀湖) 공원에는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볼 수 없는 ‘투명’ 공중화장실이 설치됐습니다. 이 화장실의 외벽은 통유리로 돼 있어 안에 들어가면 바로 화장실 바깥을 볼 수 있지만 바깥에서는 전혀 내부를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담당자는 “독특한 ‘투명 유리’ 설계로 공중화장실 내부의 자연 채광을 늘리고 조명 전기 사용량을 감축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지요. 충칭시는 이 화장실을 짓는데 100만위안(약 1억6500만원)을 들였다고 합니다.

이 화장실보다 더 고급스러운 공중화장실도 적지 않습니다. 광둥성 광저우시에는 금빛 황궁을 연상케 하는 초호화 공중화장실이 지어졌습니다. ‘서유기’의 한 대목을 그린 18폭짜리 그림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최고급 대리석을, 문에는 금박을, 천장은 옥으로 장식했습니다. ‘6성급 화장실’이라는 별칭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광둥시 정부가 쓴 돈은 무려 800만위안(약 13억1300만원)에 달합니다.

이 같은 럭셔리 공중화장실에 대해 최근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장실은 본질적으로 화장실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리진자오 국가관광국장은 지방정부에 호화로운 화장실을 짓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화려한 시설 대신 편리함과 내구성에 초점을 맞추고 화장실 위생을 감독할 책임자를 둘 것을 강조했습니다.

지방정부가 앞다퉈 호화 공중화장실을 설치한 것은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 경쟁 탓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가 갈수록 공고화되면서 관료들이 시 주석이 강조하는 사항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선다는 겁니다. 최근 북부지역에서 벌어진 ‘난방 대란’의 원인 역시 시 주석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충성 경쟁에 있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국민은 신경쓰지 않고 권력자 눈치만 보는 관료들이 모습이 씁쓸합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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