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새해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치킨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정부의 압박과 소비자들의 반발로 계획을 전면 철회했지만, 가맹점주들의 "이번만큼은 올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절박하게 나오면서다.
더욱이 올해에는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 인상 이슈까지 겹치면서 점주들의 수익성 지키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9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교촌, BHC, BBQ 등 국내 주요 치킨업체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나 아직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BBQ 관계자도 "여러 가지 계획을 두고 논의 중이지만 사실상 올리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올해 최저임금(16.4%, 6470원→7530원) 인상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진 데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배달 앱'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오르면서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치킨업체들은 현재 마리당 배달 대행 서비스 업체에 3000~5000원가량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배달 업체들이 배달원을 대부분 흡수하면서 점주들이 자체적으로 배달원을 구인하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이들은 배달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판촉 활동을 일부 대행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그만두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치킨이 서민들의 가격 저항이 유독 심한 품목이라 인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이미 점주들은 제품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치킨업체들도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치킨을 제외한 다른 외식업계가 속속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번 처럼 정부가 치킨업계만 압박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프랜차이즈 KFC는 지난달 29일부터 치킨, 버거, 음료 등을 포함한 24개 메뉴 가격을 최대 800원 인상했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11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가격 조정안을 시행했다.
맥도날드도 배달서비스인 '딜리버리' 최소 주문 가격을 지난달 30일부터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이밖에 신선설농탕(설렁탕), 놀부부대찌개(부대찌개), 죽 이야기(죽 전문점) 등도 최근 가격을 일부 올렸다.
BBQ치킨은 지난해 가격 인상을 시도하다가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국세청, 공정위까지 동원하는 등 압박을 가해오자 돌연 이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또 다른 치킨업계 관계자는 "배달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다른 외식업체들과 다를 바 없다"며 "주요 치킨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도미노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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