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사업자엔 '그림의 떡'
3조 계획 세웠다 '5조+α'로
눈덩이처럼 커진 최저임금 보전
[ 김일규/김낙훈 기자 ]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데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분보다 보전비용이 더 들어가면서 사회 전체적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저 시급이 지난해 647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1060원(16.4%) 상승하면서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135만원에서 157만원으로 22만원 올랐다. 정부는 영세(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사업주에게 주기로 했다.
정부는 고용보험·국민연금에 신규 가입하는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가 부담하는 보험료의 최대 90%(월 12만원가량)까지 재정으로 지원한다. 최저임금을 월 22만원 올려주기 위해 월 25만원을 들이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막을 특단의 대책을 주문함에 따라 사업주에 대한 직간접 지원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영세 사업주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아르바이트생 한두 명 정도를 고용한 영세 사업주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받겠다고 고용보험까지 가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라 부담이 커지는 영세 사업주 지원을 위해 쓰겠다고 한 돈은 당초 3조원이었다. 근로자 1인당 최저임금 인상분(16.4%)의 9%포인트에 해당하는 12만원과 노무비용 1만원을 더한 13만원을 사업주에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세금으로 민간업체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지원 비용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국회는 작년 말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영세업체와 근로자의 고용보험 및 국민연금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 예산을 7021억원에서 8932억원으로 1911억원 늘렸다. 이에 더해 올해 건강보험료를 50% 감면해주고, 4대 보험에 신규 가입하면 보험료의 절반을 2년간 세금에서 깎아주기로 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또 1조원이다.
영세업체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등을 통해 ‘1조원+α’를 추가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이것까지 합치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 대가로 총 5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만큼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작 영세업체들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지원의 경우 사회보험에 가입해야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그동안 가입하지 않았던 사업장이 자진 신고하고 가입하면 과태료는 면제된다고 해도 밀린 보험료를 모두 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이나 사회보험료 지원을 한시적으로만 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세사업주에는 부담이다. 당장은 지원을 받아 버틴다고 해도 지원이 끊기면 고스란히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정부가 정확히 언제까지 얼마나 지원해주냐는 질문이 많다”며 “혼란스러워하는 사업주가 많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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