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종차별 논란…이번엔 H&M

입력 2018-01-09 17:39   수정 2018-01-09 17:39



(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패션업체의 광고는 그 브랜드의 전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좋은 이미지의 광고모델을 기용하고 비싼 돈을 들여 광고를 제작하는 거죠.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모델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고 싶어지게 만드는 사진을 고르고 골라 올리곤 하죠. 하지만 최근 H&M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흑인 어린이 모델 사진은 누가 봐도 불쾌하다는 점에서 그 정도가 지나쳤습니다. H&M이 공식 사과하고 나섰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계속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H&M이 도마 위에 오른 건 인종차별적인 문구를 담은 옷을 흑인 아동에게 입혔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온라인숍에서 7.99파운드에 판매하는 녹색 후드티가 문제였습니다. 이 아이가 입고 있는 옷에는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라는 글자가 떡하니 새겨져있었죠. 과거에 흑인을 원숭이로 비하하는 사람이 많았던 걸 생각하면 누가 봐도 인종차별성 문구라고 느낄 만한 대목입니다.

이 사실이 널리 퍼진 건 SNS에서였습니다. 캐나다의 R&B가수 위켄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침에 일어나서 그 사진을 보고 충격과 수치심을 느꼈다”며 “나는 깊은 상처를 받았고 이제 더 이상 그들과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남성복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는 위켄드는 예전에 H&M과 협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죠. 다신 같이 일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실망했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내비친 겁니다. 칼럼니스트 찰스 블로우도 트위터에 해당 사진을 올리면서 “제정신인가?”라고 적나라하게 비판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일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미국 브랜드 아베크롬비는 사장이 직접 “우리 옷은 백인만 입었으면 좋겠다”, “뚱뚱한 사람은 매장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었죠. 실제로 아베크롬비는 XL 사이즈를 만들지 않습니다. 날씬한 사람을 위한 옷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전세계적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여파는 대단했었죠. 미국 브랜드 갭, 베네통도 흑인과 백인 아동을 나란히 세워놓은 광고를 찍었는데 보는 사람들이 인종차별이라고 오해할 만한 장면이었죠. 해당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브랜드는 금세 사과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아, 아베크롬비를 제외하고요.

이번에도 논란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H&M이 공식 사과에 나섰습니다. 해당 사진을 삭제하고 판매도 중단했습니다. H&M은 “이 사진으로 많은 분들이 불쾌하게 느꼈다는 걸 잘 인지하고 있다”며 “이 사진을 촬영하고 게재한 데 대해 모든 분들께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끊임없이 이런 문제가 나오는 걸 보면 아직까지 ‘백인우월주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건 아닌가 씁쓸해지네요. (끝) /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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