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 돈 빨아들이는 은행들… '빅5' 정기예금 올해만 6.7조↑

입력 2018-01-10 18:38   수정 2018-01-11 05:41

은행으로 돈이 돌아온다

연 2~4%대 금리 예·적금으로 '고객 유치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 유동성 몰리기도
코픽스 금리에 영향…대출금리도 오를 듯



[ 안상미 기자 ]
작년까지만 해도 은행 정기예금은 매력이 없었다. 연 1%대 금리를 받아 소득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어서다.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증시와 부동산시장 주변을 맴돌았다. 작년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돈 흐름이 변하는 조짐을 보였다. 은행 정기예금 등으로 다시 유입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올해 더욱 심해져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농협 등 5개 은행의 정기예금은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6조7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은행은 좋아할 만하지만 코픽스 금리(조달비용지수)에 영향을 미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 3~4%대 적금 상품도 등장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농협 등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527조4954억원에서 8일 현재 534조2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열흘도 안 돼 6조7522억원이 몰렸다.

개별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은 지난달 예금금리(1년짜리 KB스마트폰 예금)를 연 2.1%로 올리면서 11월 말 110조원대였던 정기예금 잔액이 8일 현재 113조원대로 증가했다. 국민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월 104조원대에서 지난해 7월 103조원대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가파른 속도로 불었다.

신한은행 역시 대표 정기예금인 ‘S드림정기예금 금리’를 지난해 8월 1.52%에서 8일 1.85%까지 높이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같은 기간 94조원대에서 100조원대로 늘었다. 신한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2016년 11월(101조4169억원)부터 꾸준히 감소하다가 금리 상승과 함께 올 들어 100조원대를 회복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금리는 은행별 금리정책에 따라 움직이나 기준금리 움직임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올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어 시중 유동성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적금 상품 금리도 연 3~4%대까지 높였다. 우리은행의 ‘우리웰리치100여행적금’은 이용 실적에 따라 다르지만 연 4.7%까지 이자를 준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연초 각각 3.5%, 3% 이자를 주는 적금을 잇달아 출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예·적금 상품 금리를 0.5%포인트 높였다”며 “기준금리 인상 영향도 있지만 적금 상품은 정부 정책에 따라 서민금융 상품 확대 차원에서 평소보다 인상 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신규 고객 몰이를 위해 은행들이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고금리 예·적금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상승 불가피

수신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연 2%대를 넘어서자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코픽스 금리 움직임에 대출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이 잇따라 예·적금 금리를 높인 탓에 코픽스 금리의 상승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픽스 금리는 정기 예·적금 금리 등을 집계해 결정된다. 지난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1.77%로 지난해 9월(1.52%)보다 0.25%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코픽스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 금리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지난해 9월 연 3.24%, 지난해 11월 3.39%로 0.1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시중은행 간 금리 경쟁이 펼쳐지면서 지난해 6월 연 4.41%에서 지난해 9월 4.09%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상승분이 반영돼 4.42%로 0.33%포인트 올랐다.

다만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올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은 한 차례 정도로 예상한다”며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을 봐야겠지만 연 5%대를 넘어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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