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업지원 덕분에 새 꿈 가지게 됐죠"

입력 2018-01-11 21:37  

벨기에 빈민가 몰렌베이크에 싹트는 희망

이슬람계 거주지에 IT교육센터
SW교육 및 취·창업 도움 줘

벨기에 국왕·CNN 등 호평
"삼성이 젊은이의 IS 합류 막아"



[ 노경목 기자 ]
그는 자신이 사는 벨기에 몰렌베이크를 “서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전했다. 수도인 브뤼셀에 있지만 주민 대부분이 중동에서 이주해온 무슬림이다. 유럽 사회에 불만을 갖고 테러를 자행하는 ‘외로운 늑대’의 온상으로 지목받는다.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싸우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유럽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이다.

11일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을 올해 25세인 무슬림 여성 아멜리아 율헤리라고 소개한 그는 몰렌베이크 출신으로는 드물게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실업률이 40%가 넘는 이곳에서 무슬림 여성이 정보기술(IT) 관련 직업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온라인 교육만으로 자격증을 땄지만 취업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벨기에를 포함해 유럽 전 지역 IT업체에 지원서를 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 몰렌베이크에 ‘몰렌긱’이라는 창업지원센터를 연 것이다. 몰렌베이크의 ‘몰렌’과 한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긱(geek)’을 합성한 단어다. 몰렌긱은 몰렌베이크 젊은이들에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무실과 공동 작업공간을 빌려주고 소프트웨어(SW) 교육도 해준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티즌’으로서 적합한 사회공헌 사업을 찾던 중 이곳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IT 기업의 강점을 살려 지역사회를 바꿔보겠다는 취지로 위험을 감수했다.

율헤리는 이곳에서 웹사이트와 앱(응용프로그램) 제작을 배웠으며 코딩 기술도 습득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몰렌긱에서 교육받는 동안 IT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을 소개받았고 고객 응대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익히게 됐다”고 말했다.

몰렌긱은 수강생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모로코 등지의 혁신 기업들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율헤리는 “실리콘밸리 방문으로 창업을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여러 국가의 창업자를 만나며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 것도 큰 결실”이라고 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몰렌베이크의 빈곤을 활용한다.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은 “서구와 대적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문자메시지를 이 지역 젊은이들에게 무작위로 발송하며 ‘성전’을 촉구한다. 이들에게 교육과 창업을 알선하는 삼성전자의 몰렌긱은 극단주의에 맞서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필리프 벨기에 국왕은 몰렌긱을 방문해 삼성전자에 감사 인사를 했고, 벨기에 정부는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몰렌긱을 사회공헌부문의 민관 협업 우수사례로 발표했다. 알렉산더 드 크루 벨기에 부총리는 “몰렌긱은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몰렌긱이 무슬림 젊은이들의 IS 합류를 막고 있다”는 현장기사를 내보냈다.

몰렌긱을 통해 꿈을 키운 율헤리는 직접 스타트업을 세워 더 많은 무슬림 젊은이들과 성공담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보내온 이메일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저의 꿈은 기업을 일구는 것입니다. 기술과 예술, 윤리가 균형을 이루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몰렌베이크의 젊은이들에게도 ‘일을 통해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고 사회에 더 많은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른 이들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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