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국회의 시간"…시민 지지 여론 호소
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로…대북 해외 정보 전념
검찰, 무소불위 수사권 축소…공수처 신설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자치경찰'로 전환
14일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및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의 과거 잘못된 공권력 행사를 바로잡기 위해 공식 개혁추진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3대 국내 권력기관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실행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법제화가 필요한만큼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첫 권력기관 개혁안이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 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로…대북 해외 정보 전념
먼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고, 경찰은 안보수사처(가칭)를 신설해 해당 업무를 맡는다. 또 국정원은 국내 정치 관련 정보 수집이 중단되고, 대북 및 해외 정보 수집에 전념키로 했다. 국정원이 국내정치 및 대공수사에서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정보수집)에 전념해 국민과 국가를 위한 최고 수준의 전문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원은 국내 선거에 개입하고, 특정인을 불법 사찰하거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가담하고, 청와대 권력층에 뇌물을 제공하는 등 대공수사권을 무기로 각종 정권 유착형 조작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사법 심판을 앞두고 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수집권에 대공수사권과 모든 정보기관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조정 권한까지 보유했다"며 "이를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러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명칭을 안보정보원 등으로 바꾸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이날 발표엔 담기지 않았다. 다만 명칭 변경은 계속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원 개혁안을 발의한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안보정보원으로 명칭 변경을 제안한 바 있다.
◆ 검찰, 무소불위 수사권 축소…공수처 신설
검찰개혁 방안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 경찰 수사지휘권, 형 집행권 등 방대한 권한을 바탕으로 기소권을 독점해온 과거 방식을 갈아 엎겠다는 뜻이다. 그간 검찰이 이 같은 권력을 바탕으로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권한을 악용해왔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먼저 청와대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축소키로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검찰의 주요 수사 기능을 넘길 방침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줄어들면 결국 검찰의 '수사 총량'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비대해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 ▲ 경찰과 수사권 조정, ▲ 법무부 탈검찰화 등을 통해 견제 및 통제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자치경찰'로 전환
경찰로 수사권 등 권력이 집중될 경우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해법도 나왔다. 청와대는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 수사 기능 및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 등을 넘겨 받을 경우 경찰도 자칫 권력 비대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청와대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예고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할 계획이다. 수사경찰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및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넘겨 받아 경찰 본연의 수사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행정경찰은 국민 일상 생활의 안전과 민원 해결, 질서 유지 등을 담당한다.
청와대는 이 같은 경찰 권한의 분산을 통해 경찰 권력 비대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일반 국민이 경찰위원회에 참여토록 할 방침이다. 민간 분야 견제 및 통제 장치 가동해 경찰이 국민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어받을 경찰 조직으로 안보수사처(가칭)가 별도 신설된다. 까다로운 안보 수사 분야 전문성 및 수사 책임성을 함께 담보한다는 계획이다.
조 수석은 "경찰은 전국에 걸쳐 10만명 이상의 인원으로 수사권은 물론 정보, 경비, 경호 등 치안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대공수사권까지 이관될 예정으로 방대한 조직과 거대 기능이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개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제부터 국회의 시간"…시민 지지 여론 호소
문재인 정부 첫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의 실행 열쇠는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법제화가 필요한만큼 국회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막강한 공권력을 수십년간 행사해온 권력기관의 법적 기반을 흔들 개혁 방안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보수당의 정면 반대에 부딛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 듯 조 수석은 국민과 국회에 대승적 지지를 호소했다.
우선 국민를 향해 조 수석은 "(권력기관 개혁에) 국민 여러분은 개혁의 주체이자 동력"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관심 없이는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민들의 지속적 지지와 관심이 있어야만 국가 권력기관이 국민의 생명을 유린하는 등의 퇴행적 후퇴를 하지 않는다"며 개혁안 법제화에 여론 지지를 호소했다.
"이제부턴 국회의 시간"이라며 국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도높게 강조했다. 조 수석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권력기구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고 견제 감시되도록 국회가 대승적으로 검토해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그 동안 각종 개혁위원회와 각 부처기관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다. 이 시간이 역사에서 국회의 결단으로 대한민국 권력기관의 기틀을 바로 잡은 때로 기록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발혔다.
마지막으로 조 수석은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31년 전의 박종철, 이한열의 죽음, 2015년의 백남기의 죽음과 같이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소중한 국민의 생명이 다시는 훼손되지 않고, 나아가 이들 권력기관이 국민들을 위해서만 권한이 행사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하고 권한의 운용과정을 세밀히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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