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거래가 10억원 넘겨
파크타운대림도 9억원 '터치'
"판교와 달리 산업기반 취약"
추가 상승 제한적이란 분석도
[ 전형진 기자 ] ‘다시 천당 아래 분당.’
요즘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의 부동산 시장을 요약할 수 있는 말이다. 그동안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상승 랠리가 나타났다면 이젠 중대형 아파트로 불이 옮겨붙는 모양새다. 시세가 전 고점에 육박하는 단지도 더러 나오고 있다.
분당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전국에서 서울 강남 다음으로 뜨거웠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년 동안 7.57% 상승해 서울 송파구(10.27%)와 강남구(7.75%) 다음으로 많이 올랐다. 그동안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면 최근엔 중대형 아파트가 강세다. 2000년대 후반 고점에 바짝 다가가는 모양새다. 정자동 럭키공인의 윤일성 대표는 “분당 모든 아파트의 호가가 들썩이고 있다”며 “특히 중대형 아파트 매수를 문의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자동 상록우성아파트 전용 129㎡는 최근 10억원에 매물이 팔렸다. 이 주택형이 10억원을 넘긴 건 9년 만이다. 서현동 시범한신아파트 전용 133㎡ 역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실거래가 10억원을 넘겼다. 수내동 파크타운대림아파트 전용 101㎡도 12년 만에 전 고점 9억원 선을 터치했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분당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우량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분당 집값을 더욱 자극할 것이란 관측이다. 부동산 투자자인 이관용 작가는 “신도시 가운데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가장 뛰어난 분당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해질수록 각광받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성남에 전입한 가구 가운데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가 7124가구로 가장 많았다. 2016년에도 8802가구가 강남3구에서 성남으로 이주해 용인(5969가구)과 광주(3689가구)보다 많았다.
최근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집값 상승의 재료가 됐다는 분석이다. 《1, 2기신도시 아파트 투자지도》 저자인 이영삼 박사는 “재건축은 관련 규제가 많은 데다 용적률이 높은 중고층 아파트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분당에선 당분간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당이 동생 격인 판교의 ‘대체재’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자동 우리공인 현선희 대표는 “인근 판교신도시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까닭에 투자자들이 분당 아파트를 대체재로 선택하면서 분당 집값이 덩달아 오르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판교와 달리 산업기반이 취약해 추가 상승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분당은 그동안 오르지 않던 상승분이 중대형 아파트에 반영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투자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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