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골든 타임

입력 2018-01-14 17:56  

성백현 < 서울가정법원장 bhsung@scourt.go.kr >


충북 제천시에서 일어난 복합스포츠시설 화재 소식이 연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소방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 주차 차량 탓에 이른바 ‘골든 타임(golden time)’ 내에 현장에 도착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니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골든 타임 또는 골든아워(golden hour)는 원래 응급의학 분야에서 유래한 말이다. 심장마비, 대량 출혈 등으로 사람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신속히 치료하면 목숨을 구조할 가능성이 높은 시간을 말하는데, 위와 같이 그 밖의 사회적 상황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혼 및 미성년 자녀의 양육 등 가사 분쟁에도 원만한 해결을 위한 골든 타임이 있다. 부부 간 갈등은 처음에는 사소한 일로 시작됐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합리적인 대화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법원을 통해 주고받는 서면들을 보면 상대방이 혼인 관계 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혼인 생활 전반, 아니 혼인 전 연애 기간부터 상대방의 온갖 흠을 찾아 나열한다. 그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는 방치되거나 자기방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 가운데 법원에서 판결이 선고돼도 심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골든 타임 안에, 즉 부부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이 불길을 잡아야 한다. 서울가정법원은 소송 절차가 아니라 조정 절차를 통해 갈등이 확대되기 전에 사건에 개입하는 조기 개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사건에서는 무엇이 갈등 원인인지 조사하고, 절차 진행 중 자녀의 복리를 확보한다. 이를 위해서 양육비나 면접, 교섭 등 자녀 양육과 관련한 사전 처분 조치를 한다. 부부 상담 또는 가족 상담 기회를 제공해 당사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이들이 원만히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게 한다. 그렇게 갈등이 줄어든 상태에서 부부는 자신의 삶 그리고 자기 자녀에 대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공동 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곳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막으면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을 담은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가사 분쟁의 당사자도 골든 타임 안에 제도를 활용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합리적인 협의를 통해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지키면서 분쟁을 원만히 종식할 수 있다면 초기 진화가 제대로 이뤄진 게 아니겠는가.

성백현 < 서울가정법원장 bhsung@scourt.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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