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동물 진료비 부담, 표준수가제가 해답

입력 2018-01-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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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한 보호자의 사연이 올라왔다. 동물병원에서 슬개골 탈구 수술 상담을 받았는데 견적이 1030만원 나왔단다. 자식 같은 아이의 치료를 위해서라면 억만금도 아깝지 않겠지만 보호자의 마음은 개운치 않았을 것 같다.

고가 진료의 근본 원인은 높은 거래비용과 암묵적 담합 때문이다. 동물 진료는 극도로 전문적이다. 일반인이 동물병원의 정보를 파악하거나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 경험과 체험 후기, 겉으로 보이는 의료진 경력과 시설 규모, 최고급 인테리어가 선택의 요소다.

동물병원 개원 비용은 수억원을 넘어가며 체험 후기 대행 서비스 업체가 판을 친다. 모두 거품이다. 과시적 투자가 과잉 진료 유혹으로 이어지고 진료비를 높인다. 수의사들의 암묵적 담합은 보이지 않는 범죄다. 최근 한 언론은 특정 지역에서 진료비 가이드라인을 내부적으로 만들고 이를 어기는 수의사를 집단으로 따돌리는 여러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수의사회가 독과점을 좇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필자는 표준수가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지지를 보낸다.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면 거래비용을 낮추고 담합을 무너뜨려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방치된 동물권 향상은 덤이다.

일각에서 걱정하는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부작용은 제도의 형태를 통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영세한 동물병원에는 새로운 활로가 열리므로 대다수 수의사에게 불리하지 않다. 수의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소명임을 명심해야 한다. 표준수가제 도입으로 잃어버린 수의사의 신뢰를 회복했으면 한다.

김두현 < 안양 동편동물병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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