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 경기확장 눈앞
트럼프 "미국산업 다시 뜨겁다"
실업률 4.1%…17년 만에 최저
다우·S&P500·나스닥 '사상최고'
미국으로 몰려드는 기업들
피아트크라이슬러, 미국으로 공장이전
도요타·마쓰다는 16억달러 투자
세금 인하→투자확대→임금인상
버핏 "경제 기적 초반전에 불과
수세대 걸쳐 생활수준 대폭 개선"
[ 뉴욕=김현석 기자 ] “어제(12일) 증시는 대단했다.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크라이슬러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다시 오고 있고, 많은 기업이 따라올 것이다. 감세한 돈은 노동자에게 돌아가고 투자에 쓰이고 있다. 미국의 산업이 다시 뜨겁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밝힌 말이다. ‘거지소굴(shithole)’ 발언 등으로 항상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트럼프지만, 감세와 규제 완화 등으로 미국의 성장세는 점점 더 불붙고 있다. 기업들은 임금을 자발적으로 인상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구인난이 심해지자 재소자까지 고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앤서니 챈 JP모간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법인세 인하 등으로 작년(예상치 2.3%)보다 높은 연 2.5%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 1.8%를 넘어서는 수치다.
거침없는 미국의 경기
요즘 뉴욕 월스트리트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에 위협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사람이 대다수다.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3.2%로 나타나는 등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을 훌쩍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실업률은 2000년 12월 이후 17여 년 만에 가장 낮은 4.1%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매판매(소비)는 지난해 여름 허리케인 하비 등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9~12월 4개월 연속 증가했다. 2017년 전체로는 4.2% 늘어나 2016년 3.2%, 2015년 2.6% 증가를 넘어섰다. 소비가 활기를 띠는 건 고용 호조 및 증시·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경제심리 호조 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현재 실업률은 자연실업률을 밑돌고 있다. 추가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취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인력 확보가 쉽지 않자 기업들은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재소자, 전과자, 무경험자, 장기실업자에게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위스콘신주의 트레일러 제조업체인 스토턴트레일러는 시간당 14달러의 임금을 주고 주교도소에 복역 중인 재소자들을 공장에 투입하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실업률이 4%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완전고용이 단기과열(오버슈팅)될 수 있다”고 전했다.
주택 경기도 소득여건 개선으로 꾸준한 수요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존주택 및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5.8%, 1.2% 상승했다.
주가도 연일 급등세다. 지난해 19%가량 오른 S&P500 지수는 올 들어 두 주 만에 4%나 상승했다. 12일 마감된 다우, S&P500, 나스닥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금융정보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2.1%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올해 1분기부터 법인세 감면 효과가 나타나면 주가 오름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산업경기도 경기 호조를 뒷받침한다. 12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전달 58.2에서 59.7로 상승했다.
규제 완화, 기업 투자로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감세안, 세계 경기회복 등으로 미국 경제가 성장할 공간은 아직도 충분하다”고 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기업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감세까지 1월1일 시행되면서 2018년 경기는 더 좋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감세와 규제 완화, 충만해진 기업가정신 그리고 백악관에 있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라는 호재가 합해져 경제가 연 4~4.5% 성장하는 새로운 궤도를 만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8%였다.
실제 트럼프가 의도한 기업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업계만 해도 중형 트럭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기로 한 피아트크라이슬러 외에 일본 도요타와 마쓰다가 총 16억달러를 들여 신규 공장을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짓겠다고 10일 발표했다. 중국 타이어회사인 트라이앵글 타이어도 지난달 첫 해외 공장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킹스보로에 짓는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도 포드, 현대·기아자동차, BMW 등이 잇따라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기업 투자는 대내외 수요 회복과 투자심리 호조, 유가 상승 및 감세로 효과가 더해지면서 늘어나고 있다. 투자지출 계획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30에 육박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감세를 통해 애플 등 미국 기업이 해외에 쌓아 놓은 1조3000억달러의 막대한 이익잉여금에 대해 법인세율(21%)보다 낮은 15.5%로 낮춰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월마트는 신입 시간제 근로자 임금을 11달러로 인상하고, 직원들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AT&T, 컴캐스트,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아메리칸항공 등 감세 정책에 보너스 지급으로 화답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다음 카드는 인프라 투자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를 다음 경기부양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지난 4일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은 거의 모든 미국 연안에서 연안 원유·가스 시추 규제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기업의 투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난해 11월까지 101개월 연속 경기 확장 기록을 세웠다. 미 역사상 두 번째다. 내년 5월까지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면 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타임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의 ‘경제 기적 게임’은 야구경기로 치면 초반전에 불과하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미국의 자녀 세대는 부모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며, 큰 폭의 생활수준 개선은 몇 세대에 걸쳐 지속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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