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세탁기 분쟁 이긴 한국, 미국 상대로 보복절차 나선다

입력 2018-01-14 19:38   수정 2018-01-15 06:13

손해액 7600억원 산정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 검토



[ 이태훈 기자 ] 한국산 세탁기에 부당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상대로 한국이 보복 절차에 나섰다.

14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합리적 이행 기간 안에 WTO 분쟁해결기구(DSB)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지난 12일 미국의 한국 수출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양허관세 정지 신청을 했다.

한국은 미국의 반덤핑 관세로 모두 7억1100만달러(약 76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산정하고 이 금액만큼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제조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 13.2%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 정부는 같은 해 8월 WTO에 이 사안을 제소했고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다.

WTO는 미국이 덤핑 마진을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덤핑)만 합산하고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때(마이너스 덤핑)는 ‘0’으로 처리해 전체 덤핑마진을 부풀리는 ‘제로잉’ 방식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고 판단했다. 제로잉은 WTO 반덤핑 협정에 위배된다.

미국은 제로잉 방식에 제동이 걸리자 한국산 세탁기를 첫 사례로 삼아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결합해 관세를 매겼지만 역시 패소했다. 미국은 규정에 따라 작년 12월26일까지 WTO 판정을 이행해야 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따르지 않자 한국 정부는 분쟁 당사국에 주어진 권한에 따라 WTO에 다시 보복관세 부과 허용을 신청했다.

한국의 보복관세 신청은 이달 22일 열리는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지만 미국이 금액 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중재를 요청할 가능성이 커 중재 절차까지 거치면 실제로는 몇 달 뒤 승인이 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보복관세 부과 승인이 나면 시장 상황을 고려해 관세 부과 상품 등을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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