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일이나 야간에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증환자를 줄이기 위해 2014년 9월 도입된 '달빛어린이병원(달빛병원)'이 4년이 지났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말이나 야간에는 독감 환자들이 달빛병원이 아닌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바람에 진료에 차질을 빚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휴일·야간 진료체계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수도권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엔 평소보다 많은 환자가 몰렸다. 서울의 A대학병원은 독감 유행 전 두 달 동안 평균 316명이었던 일요일 응급실 내원환자가 12월 426명으로 100명 이상 많아졌다. 7일 응급실 내원환자 458명 중 독감 환자는 15.2%인 70명이었다. B대학병원은 응급실 내원환자가 11월 380명에서 12월 726명으로 1.9배 늘었다. 독감 환자는 11월 12명에서 12월 239명으로 20배 증가했다.
C병원 응급실은 지난 주말 평일보다 2.5배 많은 환자가 찾았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독감 환자가 몰리면서 단순한 검사나 처방에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의료진과 환자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독감이 퍼지는 시기에 대형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집중되는 이유는 주말이나 늦은 밤에 갈 수 있는 가까운 병의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달빛병원 검색 사이트를 보면 달빛병원은 전국에 17곳이 있다. 서울은 용산 강남 노원 등 세곳, 경기도는 시흥 용인 고양 평택 등 네곳에 불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달빛병원을 확충하기 위해 2016년부터 참여요건을 완화하고 야간휴일 가산수가를 적용해 다소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정부는 2015년 말까지 달빛병원을 30곳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2015년 13곳, 2016년 11곳, 2017년 19곳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불편을 겪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강남에 위치한 세곡달빛의원엔 양주 용인 성남 등 경기도에서 오는 환자가 많다. 세곡달빛의원 관계자는 "평일 밤은 환자가 20명 정도 오고 주말은 더 많다"고 했다.
국민 상당수가 달빛병원을 모르는 것도 경증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배경이다. 달빛병원을 찾는 환자들 상당수는 119를 통해 근처에 진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물어서 찾아온다. 근처에 달빛병원이 없는 곳에서는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달빛병원으로 지정된 병의원들은 "정부 지원이 더 많아져야 달빛병원이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현재 평균 9610원인 야간휴일 가산수가가 적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높다.
경기도의 한 달빛병원 원장은 "늦은 시간까지 근무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야간엔 수당도 1.5배 많아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최소한 2배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달빛병원 관계자도 "달빛병원을 하면 1년 내내 일해야 하는데 희생하는 만큼 수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간 갈등도 걸림돌이다. 2년 전 달빛병원 참여를 취소한 서울의 한 중형병원 관계자는 "재작년 소아청소년과 의사 3명 중 1명이 나갔는데 채용이 안 돼 달빛병원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사이에 전반적으로 달빛병원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달빛병원에 지원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소청과의사회 관계자는 "저희는 그런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달빛병원별 내원환자 수를 확인해 어느 지역에 수요가 많고 적은지 파악해 달빛병원 확충 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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