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악단 등 북한 예술단의 주 활동 목적이 김정은 체제를 찬양·선전하는 것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술단 파견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내민 것은 올림픽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 올림픽을 정치 선전장으로 변질시키겠다는 속셈을 드러냈을 뿐이다. 예술단 공연을 통해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고, 남남(南南) 갈등을 조장하려고 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올림픽에 불참할 수도 있음을 압박 수단으로 써먹는 모습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북한 비핵화를 거론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맹비난하며 “우리 대표단을 태운 열차와 버스가 아직 평양에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게 그런 예다. 남측이 북한의 ‘평창 참가 실현’에 조바심을 내는 것으로 비쳐 온 탓일 게다.
어제 남북이 예술단 파견 실무 접촉을 가진 데 이어 17일 선수단 파견 관련 실무 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북측이 언제 또 어떤 카드를 불쑥 꺼내들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북한이 평창에서 노리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 제재로 고립무원인 상황에서 올림픽 참가와 예술단 공연을 나름의 활로를 찾는 방편으로 이용할 것도 분명하다. 어떤 경우건 한·미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핵개발까지 시간을 버는 데 악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한정권의 궁극적 목표가 한국을 핵 위협으로 굴복시키겠다는 책략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평창 올림픽을 남북한이 손잡고 힘을 모아 성공시키는 것은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누그러뜨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존엄과 한반도의 확고한 안보질서를 약화시켜선 곤란하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북을 불러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 속에서 생존의 다급한 위기에 몰린 북한의 속셈 뻔한 책동에 눈뜨고 놀아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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