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반발 거세
정부 "서민 위한다"지만 위반자 90% 이상이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
명단 공개 땐 구인 어렵고 신용제재 땐 대출 막혀
[ 심은지/조아란 기자 ] 고용노동부가 15일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의 명단 공개와 신용 제재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영세 사업주를 죄다 신용불량자로 만들려는 거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인상되면서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은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용부 방침대로라면 전체 사업주의 20%가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상황에 처한 셈이다.
◆대상자 90% 이상이 영세 사업자
임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인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상자가 대부분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제도에서도 임금 체불자 명단이 공개되는데, 제재를 받는 사업주의 90% 이상이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다.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및 신용 제재 제도는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의 명예와 신용에 제재를 가해 임금 체불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2012년 8월 도입됐다. 2013년 9월 처음으로 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한 뒤 지금까지 1534명의 명단이 공개됐고 2545명이 신용 제재를 받았다.
고용부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고액 상습 체불 사업주 198명의 명단을 보면 3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90.5%를 차지한다. 326명의 신용 제재 대상자도 30인 미만 사업장이 92.3%에 달했다. 결국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감내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장이 대거 제재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시행 취지를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만 피해를 보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도 버거운데”
명단이 공개되면 공개적인 망신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워크넷, 알바몬 등 취업 포털에 게재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구인활동조차 막힌다. 신용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낙인찍히면 대출 등 금융서비스에 제약을 받는다. 임차료나 인건비 상승으로 운영상 어려움에 처해도 대출로 충당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면 다른 직업을 구하기도 힘들다.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제적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셈이다.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 아르바이트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장사하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인데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면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자영업자들은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 인상에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며 “이렇게 자영업자들을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지회장도 “정부는 소상공인을 다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조아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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