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자리안정자금, 홍보가 문제인가

입력 2018-01-16 17:59  

[ 조아란 기자 ] “여긴 숙련공이 많고 일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어서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지난 1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일자리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찾은 서울 창신동 소공인 집적지의 한 의류업체 대표는 장관이 떠나자마자 “왜 장관이 이곳을 찾아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만 하더라도 창신동 사업장에서 근속 연수 10년 이상의 숙련공들에게 200만~300만원의 월급을 주고 있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마침 이날은 중기부가 일자리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총력전’에 나선 날이었다.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산하기관 등 중기부 관련 130개 기관 2500명의 직원이 전국 전통시장과 상점가 약 100곳을 찾아 일자리안정자금을 소개하고 지원조건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홍 장관이 직접 찾은 현장에서부터도 정부와 소상공인 사이의 온도차는 여실히 드러났다. 장관이 방문한 4곳 중 3곳 업체 대표가 “우리 사업장은 일자리안정자금과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30인 미만 사업주에게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 한 명당 월 13만원을 지원해준다는 일자리안정자금의 지원조건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 음식점 대표는 “종업원들이 손님들의 저녁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정리하고 퇴근하면 야근수당을 줘야 하기 때문에 월 190만원 이상 줘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마켓 대표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자고 해도 신용불량자라서 가입하기 싫다고 하는 근로자가 많다”고 소개했다. 안정자금을 지원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부가 지원하는 3조원이 제대로 소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들은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의 사각지대를 꼼꼼하게 파악해 보완책을 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중기부는 홍보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설 전까지 5인 미만 사업장 100만 개를 찾는 게 목표라고 한다.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와 합동 홍보전담반도 꾸렸다. 현장에선 “우리 사업장과 상관이 없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으는데, 그저 홍보만 한다고 반응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조아란 중소기업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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