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방해 여부가 관건
[ 추가영 기자 ]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인터넷 기업의 시장 독점을 둘러싼 각국 규제당국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테크 자이언트’의 독점을 완화하기 위해 과거 스탠더드오일과 AT&T처럼 기업 강제 분할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00년대 초반 혁신기술 기업이던 스탠더드오일과 AT&T는 한때 시장 점유율 80~90%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독점이 심해지자 미국 정부가 나서 기업을 분할했다.
유럽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당국의 반독점 조사가 심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구글에 24억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최근 인터넷 기업의 빅데이터 축적과 활용 방식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미국도 가세했다. 지난해 말 미주리주 당국은 구글이 검색 결과를 자체 서비스에 유리하도록 조작했는지 집중 조사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관련 조사를 중단한 지 4년 만이다.
미국 당국은 독점으로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는지,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지를 가리는 데 집중한다. 반면 EU는 다른 기업, 특히 유럽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장 진입장벽을 높여 경쟁을 방해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고 있다.
스탠더드오일과 AT&T 등 당시 독점기업이 소비자 편익을 눈에 띄게 떨어뜨리진 않았다. 대신 미 규제당국은 이들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기술 발전을 막았다는 점에 집중했다.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은 한때 미국 정유소의 95%를 차지했으며 규모의 경제 효과로 석유 및 석유제품 가격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본사가 인디애나 지사의 열분해 기술 상용화를 막았다는 사실 등 독점의 폐해가 속속 드러났다. 결국 미국 최초의 독점 금지법인 ‘셔먼법’에 따라 33개 회사로 쪼개졌다. AT&T는 전화 사업의 수익성을 위해 장거리 통신을 위한 전화교환소 연결을 막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제기됐고, 장거리 통신 서비스와 지역전화 사업으로 기업이 분할됐다.
WSJ는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은 스탠더드오일이나 AT&T와 달리 특허권, 규제장벽 등을 통해 정부를 등에 업고 시장을 키운 기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와 자물쇠 효과(록인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AT&T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밀튼 뮐러 조지아공대 교수는 “페이스북 사용자 대부분은 이미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선택한다”며 소셜미디어나 검색엔진이 누리는 네트워크 효과를 설명했다. 소비자가 페이스북과 구글의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WSJ는 지적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서비스 이용료나 제품 판매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자에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16%, 페이스북은 21%로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WSJ는 “이들 기업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거나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을 인수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을 막는 방안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이라고 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