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바이젠셀 "완치 되는 면역항암제 개발…임상서 가능성 입증"

입력 2018-01-18 09:19   수정 2018-01-18 09:24

"CAR-T는 한 개의 항원에만 반응하지만, 보령바이젠셀의 면역항암제 기술은 여러 개의 항원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연구자 임상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고, 사이토카인 신드롬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12일 카톨릭대학교 성의교정의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석, 김태규 보령바이젠셀 공동 대표의 말이다. 보령바이젠셀의 면역세포치료제는 항암 치료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령바이젠셀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T세포 면역치료제에 대한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BV)로 NK·T 림프종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후보물질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보령바이젠셀은 카톨릭대학교 기술지주의 제1호 자회사다. 보령제약이 지난해 취득한 바이젠셀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고, 자회사로도 편입했다. 보령제약이 지분 투자를 통해 바이오벤처를 자회사로 편입한 첫 사례다.

김영석 대표는 보령제약의 개방형 혁신과 연구개발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개발본부장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면역세포치료제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며 "상장을 목표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바이젠셀은 임상 2상 승인 이후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4곳의 창업투자회사로부터 8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3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이 자금을 연구개발에 쓸 계획이다.

주둔군 T세포 파견으로 암 완치 목표

보령바이젠셀의 연구개발 총괄을 담당하는 김태규 대표는 "개발 중인 치료제는 암 완치가 목표"라며 "기존 항암제를 미사일 폭격에 비유한다면, 면역세포치료제는 보병을 주둔시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기존 치료제는 효과의 지속성이 없어서 암 재발의 위험이 높지만, 바이젠셀의 면역세포치료제는 관련 T세포가 주둔하고 있다가 재발한 잔존 암도 공격한다는 것이다.

연구자 임상에서 NK·T 림프종 환자 11명에게 면역세포치료제를 투여하고 5년을 관찰한 결과, 무재발 생존율이 90%에 달했다. 이는 기존 화학합성 암치료제의 2년 관찰 결과인 2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바이젠셀의 치료제가 미세 잔존 암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암의 재발을 막았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결과다. 최초의 치료 이후 5년 내 재발이 없다면 통상적으로 암이 완치됐다고 본다.

2013년 보령바이젠셀의 전신인 옥셀바이오메디칼을 설립한 김태규 대표는 1995년 미국 멤피스에 있는 세인트 주드 병원에서 면역세포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다. 카톨릭의대 교수인 그는 T세포 치료제와 관련해 국내 최초 및 최다 임상 연구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혈액암의 일종인 NK·T 림프종은 표준치료법이 없고 재발 확률도 높다. 또 재발 이후에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보령바이젠셀이 T세포 치료제의 첫번째 대상으로 NK·T 림프종을 선택한 것은 병의 원인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암은 대부분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긴다.

김태규 대표는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희귀 질환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해 임상 2상 성공 이후 빠르면 2021년 치료제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차별적 T세포 배양 기술, 확장성 커

보령바이젠셀은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분리해 특정 항원만을 인식하는 세포독성 T세포(CTL)를 만든다. 이를 다시 환자에서 주입해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기존 면역세포치료제와의 차이점은 항원 특이적 T세포를 만드는 기술이다. 보령바이젠셀은 CTL을 만들 때 수지상세포를 이용한다. 수지상세포는 몸 속에 들어온 병원균, 바이러스 등과 싸우면서 이 항원에 대한 정보를 T세포에 전달한다. 이를 통해 특정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가 증식하게 된다.

보령바이젠셀은 항원의 정보를 전달할 수지상세포와 T세포를 시험관에서 함께 배양해 CTL을 만든다. 수지상세포를 각기 다른 질환의 항원에 반응하도록 해 다양한 CTL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태규 대표는 "CAR-T는 항원 특이적 T세포를 만들 때 항체를 이용한다"며 "항체는 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세포 안에서 항원을 발현하는 대부분의 암에서는 효능이 떨어진다"고 했다.

반면 수지상세포를 이용해 배양한 CTL은 세포 내부의 항원까지 인식해 공격할 수 있다. 또 수지상세포에 여러 개의 항원을 반응시키면 두 개 이상의 표적을 갖는 T세포의 배양도 가능하다.

CAR-T와 사용 시점에도 차이가 있다. 산불이 났다고 할 때 CAR-T는 나무가 부러질 정도로 수압이 센 물을 뿌리는 것과 같다면 보령바이젠셀의 CTL은 적절한 양의 물로 남아있는 불씨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NK·T 림프종 임상 2상의 목표도 일차적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재발을 막는 것이다. CAR-T는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이토카인 신드롬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보령바이젠셀의 CTL은 지금까지 임상에서 중요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

보령바이젠셀은 올해 NK·T 림프종 임상 2상에 집중하는 동시에 급성골수성백혈병 등 후속 치료제의 전임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영석 대표는 "보령바이젠셀의 경쟁력은 항원 특이적 T세포를 만드는 기술"이라며 "원인(항원)이 확실히 알려져 있는 암 치료에 우선 집중한 뒤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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