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수뇌부 의지 반영
현대제철·건설에도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주주권익 담당 사외이사가 배당 확대 등 의견 개진
지배구조 개편 앞두고 '주주 신뢰' 확보 분석도
[ 장창민/도병욱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18일 주력계열사에 투명경영위원회 설치를 확대하고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사외이사 선임방식을 외부 개방형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주주중시 경영을 본격화해 나가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영투명성 확대 요구에 화답하는 성격도 없지 않다.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대신해 대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운신의 폭을 가질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어떻게 바꾸나
그동안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가 운영해온 투명경영위원회는 실질적인 주주 권리를 챙기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회사 경영진의 영향력 아래 있는 기존 사외이사 중 한 명을 주주권익 담당 이사에 앉히는 바람에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대변하기 쉽지 않다는 논리였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앞으로 주주권익 담당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구체적 절차를 마련했다. 선임 절차는 △홈페이지 공고 △사외이사후보 추천 자문단 구성 △사외이사 후보 접수 △자문단의 사외이사 최종 후보군 선발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후보 선정 △주주총회를 통한 사외이사 선임 △투명경영위원회 내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선임 등의 과정을 거친다.
현대차그룹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둔 계열사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4곳이다. 새 제도는 올해 상반기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현대글로비스에 처음 적용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존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 현대모비스는 2020년에 새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에도 투명경영위원회를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그룹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둔 계열사는 기존 4곳에서 6곳으로 늘어난다.
지배구조에도 변화?
업계에선 이번 주주권익 강화 조치에 따라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대차는 2015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했다. 지난해엔 잉여현금흐름 기반의 중장기 배당정책을 공표해 주주 환원 기조를 분명히 해왔다. 2016년에는 3년 전과 비교해 두 배가량 많은 주당 4000원(보통주 기준)을 배당했다. 우선주까지 포함한 배당총액은 1조795억원에 달했다. 배당성향도 같은 기간 세 배 이상 늘어난 20.0%로 높아졌다.
이번 주주권익 강화 방안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요구에 호응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작년 5월 취임 당시부터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하나뿐”이라며 압박해왔다. 현대차그룹이 당장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진 못하더라도, 주주 친화 정책 등을 통해 경영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 등을 앞두고 주주들의 지지와 신뢰 확보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단순히 소유 지분만이 아닌 주주의 신뢰와 실적 회복에 따른 기업가치 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를 각각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갠 뒤 현대차 투자회사 등 투자회사 3사를 묶어 지주사를 출범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대주주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든 주주들의 신뢰와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주주 친화적 경영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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