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해외보유 현금 미국으로 가져온다… 트럼프 '파격 감세'에 화답

입력 2018-01-18 20:01   수정 2018-04-18 01:01

5년간 3500억달러 기여 약속
2523억달러 대부분 송금할 듯
신사옥 짓고 일자리 2만개 창출
전세계 직원 12만명 '보너스 잔치'
"남는돈 2000억달러 M&A에 쓸 듯"

감세 즐기는 미국 기업들
JP모간 "올 자산 35억달러 증가"
월마트·AT&T 등 잇단 임금인상



[ 뉴욕=김현석 기자 ]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에 통 크게 화답했다. 해외에 쌓아둔 현금 2500억달러(약 268조원)를 미국으로 들여오고 세금 380억달러(약 41조원)를 내기로 했다. 또 앞으로 5년간 일자리 2만 개를 창출하고 제2 본사를 짓는 등 미국 경제에 3500억달러(약 375조원) 상당의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임직원 12만 명에겐 2500달러씩 보너스를 뿌린다. 월마트, AT&T, JP모간에 이어 애플까지 미국 대표 기업들이 법인세 감세에 신바람을 내고 있다.

◆해외 현금 대부분 가져오기로

애플은 1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앞으로 5년간 미국 경제를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3500억달러 상당을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성공할 수 있게 해준 미국과 국민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해외에 보유하던 이익유보금을 미국으로 가져오며 세금 380억달러(추정)를 내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 1일부터 기업이 해외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오면 한시적으로 15.5%(비유동자산은 8%)의 낮은 세금을 매긴다. 애플은 해외에 2523억달러(작년 11월 기준)를 갖고 있다. CNBC방송은 “애플이 밝힌 세액 380억달러에 15.5%의 세율을 적용하면 송금액은 2450억달러로 추산된다”며 “이는 해외 현금 대부분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애플이 이 현금을 가지고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등의 추가적인 투자활동을 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왐시 모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이날 “애플은 본국 송금세를 내고도 2000억달러가량의 현금이 남게 된다”며 “이는 잠재적으로 자사주 매입, 배당, 인수합병(M&A)에 사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은 또 앞으로 5년간 미국에 300억달러를 투자해 일자리를 2만 개 늘리고 제2 본사도 짓기로 했다. 애플은 제2 본사 위치를 올해 말 발표하겠다고 했다. 아마존처럼 본사 위치를 도시 간 입찰에 부칠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도시는 벌써부터 유치전 준비에 나섰다. 애플은 미국 내 협력사 부품 구매 등 자본 지출로 올해 550억달러를 쓸 계획이다. 미국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첨단제조업펀드 규모도 기존 1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다른 기업도 동참할까

애플은 그동안 해외에 현금을 쌓아두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모든 제품에 35%의 관세를 붙이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인세가 낮아지자 태도를 바꿨다. 이날 발표는 미국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적극 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 같은 회사가 일자리 2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한 건 세금 380억달러 납부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며 “다른 기업도 동참한다면 의미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이번 결정이 다른 미국 기업으로 확산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보유 자산을 팔고 달러화 자산으로 바꿔 본국으로 가져온다면 달러 강세를 촉발하고, 중국 등 신흥국에선 대규모 자금 유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사도 ‘감세효과’ 기대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기업 정책에 웃음 짓는 기업은 애플만이 아니다. 지난주부터 4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금융회사들은 새 세법 적용으로 줄줄이 나빠진 실적을 내놨다. 이는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일회성 비용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막대한 적자를 이연법인세자산으로 쌓아뒀는데, 새 세법이 이를 80%만 인정하고 세율도 최대 35%에서 21%로 인하되면서 상당 부분을 상각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실적은 대폭 개선될 것으로 일제히 관측했다. 일회성 비용을 내고 나면 앞으로는 ‘감세 효과’를 누릴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다. JP모간은 4분기 순이익이 42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7% 줄었다. 이연법인세자산 감소로 24억달러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회사는 장기적으로 새 세법이 큰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제이미 다이먼 CEO는 “세제개편 덕에 올해 자산이 35억달러 증가할 것”이라며 “이런 혜택을 고려해 임금 상승과 복지 확대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