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는 주택이나 토지 등을 보유하고 있을 때 내는 세금이다. 보유세가 공식 명칭은 아니다. 크게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나뉜다. 재산세는 부동산을 보유한 모든 가구가 내는 세금이다. 종부세는 집이 여러 채 있거나 일정 금액 이상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자에게 부과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종부세를 손질할 방침을 사실상 굳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해 공시지가를 과세표준과 일치시켜 전반적으로 부담을 늘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려 공평과세 원칙을 확보하면서 이들이 보유 주택을 팔도록 유도해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보유세 인상 찬성론자들은 국내 보유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보유세 인상이 오히려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인상 효과가 불확실한 데다 조세저항 차원에서 세 부담이 집값에 전가돼 오히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득 대비 보유세 비중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보유세 인상 효과에 대한 상반된 전망을 들여다보자.
[찬성] 자산격차 해소·과세형평 위해 지나치게 낮은 보유세 올려야
시장가격 반영 못하는 과세표준도 인상을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 년간 성장률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부동산 경기는 지속적인 호황을 보였다. 일부 계층의 부동산 투자 집중은 자산격차 확대, 임차료 부담 가중, 그리고 이에 따른 불로 소득 증가 등 경제적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보유세 인상은 이런 소득격차 및 양극화 문제와 맞물려 그 논의가 뜨겁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통한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보유세가 인상되면 다주택자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유 주택의 매도에 나서고 이는 시장에 공급을 늘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부동산시장의 사실상 ‘마지막 카드’인 보유세 인상이 최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처럼 강남 투자 수요를 오히려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유세 인상은 시장의 심리와 기대에 따라 정반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보유세 인상방안을 제시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보유세 인상은 집값 문제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과세형평과 조세정의 등 조세기본원칙에 따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높은 거래세, 낮은 보유세’가 유지돼 왔는데 실제로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가 주택 가격의 1% 이상인 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이뤄진 보유세는 0.1~0.3% 수준으로 매우 낮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총세수에서 부동산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3.2%다. 미국 10.1%, 캐나다 9.7%, 영국 9.6%, 일본 6.4%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편이다. 지나치게 낮은 현행 보유세는 인상할 필요가 있으며, 반대급부로 최고 수준인 거래세는 인하하는 것이 과세형평에 맞다.
이와 더불어 보유세 실효세율 인상이 필요하다. 재산세는 공시가의 60%,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의 80%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삼고 있다. 즉 거래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의 절반 정도를 표준으로 해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보유세는 공정한 시장 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세표준의 축소는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 등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물론 시장에 주는 충격을 고려해 급진적으로 공시 가격을 실거래가로 조정하거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최소한 거래가에 가까운 금액에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조세정의에 부합한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자산 격차로 인해 고액 자산가들은 지대 및 매매차익을 향유하는 반면 임차 가구들은 과도한 지대를 부담하고 있다. 특히 이런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의해 이뤄지고, 이는 다시 상속된다는 점에서 불공정 자산 격차 문제가 발생한다. 조세는 기본적으로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재원이지만 소득 재분배, 경제 안정 등의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따라서 양극화 및 불공정 자산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 과세 방안으로서 보유세 인상이 검토돼야 한다.
보유세는 부동산 가격 문제와 맞물려 쉽사리 인상 여부를 검토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과세형평과 조세정의, 그리고 불공정 자산 격차 해소 측면에서 합리적 수준의 보유세가 인상돼야 한다.
[반대] 강남 집값 잡기 위한 보유세 인상… 지방 부동산 시장 붕괴시킬 수도
한국 재산과세 비중 OECD 평균 2배 넘어
정부가 보유세 인상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조세정책은 경제 전반에 대한 효과와 공평과세 등 다양한 원칙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정부가 단지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
세율로 본다면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는 세계적으로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보유세는 평균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과서에도 나와 있듯이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는 거래세인 부동산 양도소득세도 크게 올리고, 보유세도 크게 올릴 것으로 보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사실 국가별 조세 부담 비교에서 법정세율을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소득 대비 조세 부담 정도가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산과세 비중은 1.9%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최근 3.1%로 높은 수준의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주택 가격 공시제도 도입과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으로 인해 보유세 제도에 급격한 변화가 이미 있었다. 이로 인해 GDP 대비 재산과세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재산과세에 대한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을 초과하는 반면, 소득과세와 소비과세 비중은 OECD 평균에 미달해 이들 관련 조세부담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세원별 비교 분석을 보더라도 재산과세의 총조세 대비 비중은 한국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과 함께 10%를 초과하고 있다. 영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결국 OECD 국가 재산과세를 비교 분석하면 한국의 재산과세 비중은 GDP 대비 비중과 총조세 대비 비중 두 가지 모두 평균을 크게 초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시장 상황도 문제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집값은 상승하지만 지방 집값은 지표를 별도로 산정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굳이 이 시기에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극단적 처방에 가까운 보유세 인상을 도입한다면 지방 부동산시장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
게다가 수십 년 전에 집 한 채를 사서 계속 살고 있는 이들, 특히 은퇴 이후 소득이 없는 노년층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주택을 임대해 사는 서민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주택 임대시장에서 대부분의 물량을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어서다. 보유세를 올릴 경우 다주택자들의 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
보유세에 부동산 가격 안정화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집값 10억원 기준 1년에 200만~300만원을 내는 보유세 부담으로 과연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수 있을까.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처음 도입했을 때 강남 아파트값은 2005년 13.5%, 2006년에는 무려 27.7% 폭등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금 단계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보유세는 공평과세, 소득재분배, 또는 추가적인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조세 개편은 그런 종합적 검토 후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와 보유세 인상 논의,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세계적 흐름과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듯해 걱정이 앞선다. 보유세 인상이 거시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민경제는 어떻게 될지, 침체를 거듭하는 지방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될지 심사숙고한 후 보유세 인상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