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입맛 잡았다 … 토종 위스키 '골든블루' 돌풍 비결은

입력 2018-01-19 18:04  

지난해 점유율 27.6%로 1위
36.5도 저도주 차별화 적중
제품개발 토론문화 등도 한몫



[ 이유정 기자 ] 술 시장에서 1위가 바뀌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한 번 길들여진 술 입맛은 좀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위스키 시장에서 지난해 이변이 생겼다. 2016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3위 업체였던 국내 토종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가 1위로 올라섰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37만4609상자(1상자=9L)를 판매했다. 기타 주류를 제외한 위스키 시장에서 27.6%를 차지해 점유율 기준 1위가 됐다. 기타 주류란 ‘35바이임페리얼’ ‘더블유아이스바이윈저’ 등 첨가물이 들어간 술을 말한다. 대표 제품인 ‘골든블루 사피루스’가 전년보다 2.7% 늘어난 25만2951상자 팔리며 성장을 이끌었다.

골든블루는 1년 반 전만 해도 윈저, 임페리얼에 이은 3위 브랜드였다. 2016년 하반기 임페리얼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고, 1년여 만에 1위 브랜드가 됐다.

비결은 저도주 트렌드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었다. 골든블루는 알코올 도수 36.5도의 저도주다. 40도 이상 위스키만 있던 국내 시장에서 차별화로 승부했다. 국내 술 시장은 2010년께부터 독주를 기피하는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 ‘서민주’인 소주의 도수도 10도가량 낮아졌다. 위스키 역시 저도주 제품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0도 이상의 정통 위스키(기타 주류 제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7% 하락한 반면, 저도주 위스키 판매량은 14% 늘었다.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사진)의 과감한 투자 지원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박 회장은 경영난을 겪던 골든블루를 2011년 인수했다. 같은 부산지역 기업인으로서 부산 기업에 대한 애착이 있었고, 제품력이나 직원들이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위스키 시장은 이미 위축되고 있었지만 골든블루 사피루스 같은 신제품 개발과 공격적인 영업에 대대적 투자를 결정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골든블루 사피루스는 지난해 9월 단일 제품 기준 위스키 시장 1위가 됐다.

빠른 의사 결정과 활발한 토론 문화도 역할을 했다. 본사를 거쳐 의사 결정을 하는 외국 브랜드 업체들과 달리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사장과 직원들이 하루 종일 끝장토론을 하기도 한다는 게 골든블루 측 설명이다.

박 회장은 “위스키 제품의 가치를 지킬 뿐 아니라 한국인을 위한 위스키를 생산해 시장 트렌드를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골든블루를 인수했다”며 “제2의 위스키 전성시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블루는 국내에서 토종 위스키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초 ‘K프로젝트팀’을 꾸리고 증류소 부지 물색 등을 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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