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경찰 생활을 마감하고 서울 응암동 이마트 은평점에서 ‘주차장 보안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영환 씨(63·사진)가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후배 경찰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김씨는 이마트가 퇴직경찰을 대상으로 2016년 시범도입한 주차장 보안관을 전국으로 확대하게 한 주역이다.
1기 시범운영 기간에 채용된 그는 경찰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입증했다. 김씨는 “매일 보고서를 작성해 보안팀장에게 전달하고 주차장 방범순찰 때도 남들보다 꼼꼼하게 살폈다”고 돌아봤다. 고객이 난동을 피우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전직을 밝히고 나선 점이 원만한 해결에 도움이 된 경험도 들려줬다.
주차장 보안관 도입 후 2016년 6월부터 1년간 가해미상 차량 훼손, 낙상 등의 안전사고는 305건에서 201건으로 34.1% 감소했다는 게 이마트의 분석이다. 퇴직경찰을 채용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100세 시대라지만 경찰관 정년은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만 60세로 묶여 있다. 계급정년에 따라 한창 일할 50대 초중반에 옷을 벗는 경찰관도 적지 않다. 이렇게 매년 옷을 벗는 퇴직경찰이 2000여 명이다.
재취업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찰전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제2의 인생을 찾은 취업자는 1075명으로 퇴직자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왠지 고압적이고 딱딱할 것 같은 경찰의 이미지도 재취업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현직 경찰은 “경정 이하 중·하급 퇴직경찰은 일부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재취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퇴직 후 인생 2막을 순조롭게 시작하려면 자존심을 버리고 초심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넘게 지구대장을 하면서 대우받는 일에 익숙했던 게 사실”이라며 “처음 사회생활을 한다는 마음으로 20~30대 동료들에게도 먼저 인사하고 다가갔다”고 했다. 공부하는 자세도 퇴직경찰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로 꼽았다. 김씨는 보안관으로 근무하며 틈틈이 공부해 경비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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