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지자체 자율 확대
이미 시행 중인 사업은 증액·대상 확대 '마음대로'
2배 넘게 인상 잇따라… 최고 3000만원 주는 곳도
돈만 챙기는 '먹튀' 논란에… 지역별 장려금도 천차만별
[ 김일규 기자 ] 지방자치단체들이 올 들어 출산장려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3000만원까지 주겠다는 지자체도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각 지자체가 손쉽게 복지사업을 확대할 길을 열어주면서 생긴 현상이다. ‘출산 절벽’을 벗어나려는 고육책이란 평가도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출산장려금 2~3배 인상한 지자체들
19일 각 지자체의 법규 개정 내용 등이 등록된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을 보면 올 들어서만 20곳가량의 지자체가 출산장려금을 인상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8일 출산장려금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셋째 50만원, 넷째 이상 100만원이던 출산장려금을 셋째 100만원, 넷째 이상 150만원으로 올렸다.
서울 종로구, 대구 달성군, 인천 연수구, 경기 가평군, 경기 과천시, 충북 괴산군, 충남 논산시, 전북 남원시, 경남 창원시 등도 각각 출산장려금을 2~3배 안팎 인상했다. 연수구는 다섯째 이상 출산 때 3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최고 2000만원가량을 주는 지자체는 여럿 있었지만 3000만원은 처음이다.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을 인상한 것은 복지부가 올해 지자체 복지사업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을 바꾼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복지부는 변경된 지침에서 복지부와 이미 협의된 사업 중 대상 인원이나 급여 수준만 바꾸는 사업은 지자체가 추가 협의 없이 자율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각 지자체가 지급 중인 출산장려금의 대상과 금액을 늘리고 싶으면 복지부와 별도로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엔 복지부가 협의 과정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출산장려금 증액을 ‘견제’ 했다.
돈만 받고 이사 가는 ‘먹튀’ 논란도
각 지자체는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면 지원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도 중앙부처의 지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지원금을 늘리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산장려금의 효과는 의문이다. 충남 청양군은 2015년 출산장려금 상한액을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렸지만 출생아 수는 2015년 170명에서 2016년 135명으로 줄었다. 돈만 받아 챙긴 뒤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먹튀’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남 22개 시·군에서 출산장려금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떠난 ‘먹튀 산모’가 1584명에 달했다.
지자체별 재정 여력에 따라 출산장려금이 천차만별인 점도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부자 지자체’로 불리는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 출산장려금을 1억원까지 올리려다 포퓰리즘 논란에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단순히 ‘돈만 더주면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지자체는 손쉽게 쓸 수 있는 대책만 내놓다 출산 절벽이라는 상황까지 왔다”며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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