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스카이베이호텔 1개동 엘리베이터 2대 약 3시간 통제
19층 엘리베이터 앞에 책상 놓고 상주 경호
호텔 측 “국가급 행사가 있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대표로 21일 방한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일정 내내 경찰과 국가정보원 측의 특급 경호를 받고 있다. 취재진 및 일반인과 철저히 격리되고, 숙소의 엘리베이터마저 현 단장 일행의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일시 통제되는 등 가히 조선 시대 명·청나라 황제의 사신이 받았던 대우가 연상되는 상황이다.
이날 강릉을 방문한 현 단장 일행은 강문동 골든튤립 스카이베이경포호텔 사우스(South)동 19층에 묵었다. 지난 17일 개장한 이 호텔은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로비 정문을 기준으로 왼쪽은 노스(North)동, 오른쪽은 사우스동이다.
사우스동 19층 엘리베이터 앞엔 이날 나무 책상을 놓고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2명이 상주 경호를 했다. 이 호텔 사우스동 19층엔 간단한 다과류를 즐길 수 있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Executive Lounge)가 있다. “라운지에 가고자 한다”는 기자의 말에 “이 곳은 일반 투숙객은 들어올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 얼굴이 들어가 있는 사진을 찍은 것 아니냐”며 기자의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달라고도 요구했다.
현 단장 일행은 이 호텔 최고층인 20층 라운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 곳은 아직 일반인들에겐 개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고, 경호도 훨씬 쉬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현 단장 측의 저녁식사 전후인 오후 5시~오후 8시경까지 약 3시간 동안 사우스동 엘리베이터 3대 중 2대가 통제됐다.
호텔 측에선 이날 현 단장 일행의 투숙 사실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국가급 행사가 있다”며 20층 라운지의 일반 투숙객 출입을 금지시켰다.
사전점검단의 대표인 현 단장은 방한 후 지난 19~20일 사이 벌어진 방한 관련 입장 번복에 대해 어떠한 이유 설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방한 소감마저도 밝히지 않은 채 당당한 태도로 옅은 미소를 띄며 침묵을 유지하는 중이다. 통일부는 현 단장이 이끄는 북측 사전점검단이 벌인 방한 전 벌인 해프닝에 대해선 “북측에 설명을 요구했다”는 것 외엔 별다른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현 단장의 지위가 북한 예술계에서 아무리 높다 해도, 결국 어디까지나 북한 예술단 방한 관련 사전점검단 대표 신분이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과 경찰, 국정원 측은 그를 떠받들듯 경호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개최 후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비롯한 ‘본진’이 왔을 땐 과연 어떤 모습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강릉=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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