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핀테크(금융+기술) 지원기관 간담회’ 내용을 들은 한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의 반응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앞으로 3년간 핀테크에 3조원의 정책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지원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핀테크 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업체들이 반길 만한 지원 방안인데도 현장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규제 때문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여 있다. 해외 송금을 하는 스타트업들은 자본금을 20억원 이상 확보하라는 규제 때문에 사실상 업무에 손을 놓고 투자금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개인 간(P2) 대출업체들은 개인 투자한도를 연 1000만원으로 정하고, 업체가 자기자본으로 대출하는 것을 막는 규제 때문에 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상품들은 온라인에서 팔지 못하게 막아놨다. 반드시 판매자가 투자자와 만나서 거래하도록 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으로선 실현이 어려운 주문이다.
스타트업들이 이처럼 냉소적인 건 단순히 규제가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규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수차례 핀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다. 업체 대표들은 바쁜 사업 와중에도 세종시와 국회를 오고가야 했고 꼭 풀어야 할 규제를 정리해 제출하기도 했다. 한 업체 대표는 “우리가 낸 제안들 대부분이 금융위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결국 모든 제안을 반려한 임 위원장 본인이 핀테크산업 육성을 얘기하는 건 어색한 일”이라고까지 했다.
정부는 반복해서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다. 스타트업 대표들도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다양한 기술적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금융회사를 규제하는 방식 그대로 스타트업을 규제하고 있다. 구더기 무서우니 장 안 담그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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