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급기밀' 김상경, 출연료 계산 없이 뛰어든 이유

입력 2018-01-23 08:17  

영화 '1급기밀' 박대익 役 김상경 인터뷰



성실하다. 반듯하다. 진중하다. 대중이 배우 김상경을 떠올렸을 때, 그가 입고 있는 옷이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의 실제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욕이 들어간 대사 한 마디를 받으면 수도 없이 연습해야 했고,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목표란다. '바른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배우다. 특히 적절한 때 내던지는 농담과 유머는 그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김상경은 24일 개봉하는 영화 '1급기밀'(감독 홍기선)에선 정의로운 군인으로 분해 관객을 만난다. '1급기밀'은 국가에서 봉인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 실화극이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1급기밀'은 민감한 소재를 다룬다는 이유로 제작비 확보 난항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개인투자자에게까지 투자 신청을 받았고, 김상경은 출연료를 낮출 뿐만 아니라 나중에 받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돈에 대한 생각은 접고 시작했다.

"시나리오가 좋았어요. 모든 사람이 잘 볼 수 있도록요. 방산비리를 다루면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넣어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였죠. 또한 관객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이기 때문에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극 중 국방부는 공군 전투기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조종사 과실로 만들어 사건을 은폐한다. 모두 방산비리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김상경 역시 과거 군 복무 당시 부실한 안전실태를 겪었다고 밝혔다.

"훈련소에서 수통을 받았는데 1970년도에 만들어진 거였어요. '여기에 물을 어떻게 먹지?'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었죠. 또 저는 특전사 공수부대라 낙하산을 탔는데, 제가 받은 낙하산이 꼭 폐기해야 할 것처럼 생긴 거예요. 하필이면 제대할 때 이런 걸 타야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낙하산은 잘 펴졌죠."


김상경은 박대익 중령으로 열연했다. 군 장병들의 목숨이 달린 '1급기밀'을 폭로하기 위해 국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실존 인물인)소령님은 군인 옷을 벗은지 오래됐는데도 군인 느낌이 몸에 배어있더라고요. 연기할 때 그 느낌을 풍기기 위해 자세를 반듯하게 하고 말투도 신경 썼어요. 저는 몸을 써서 연기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고민을 많이 할수록 좋은 인물이 나와요.

깊은 고민의 결과일까. 그동안 김상경은 '살인의 추억'(2003)에서 형사 서태윤으로, '화려한 휴가'(2007)에선 택시기사 강민우로, 드라마 '대왕세종'과 '장영실'에선 세종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의 장점은 평균적인 역할을 잘한다는 거예요. 사실 그게 어렵거든요. 시나리오를 보면 말투가 느껴지는 역할들이 있는데, 제가 했던 캐릭터들은 말투가 평범한 문학책처럼 쓰여있었죠. 아무 색깔 없는 게 어렵긴 한데 나중엔 재미있어요. 제가 색을 입히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있거든요."

김상경은 배우뿐만 아니라 먼 미래엔 자신의 장기를 살려 라디오 DJ, 예능 방송인까지 꿈꾸고 있다. 특히 예능에 한 번 나갔다 하면 화려한 입담 덕에 계속해서 러브콜이 들어온다고. 그럼에도 연기만 생각하면 뜨거운 열정이 끓어오르는 게 그의 속마음이다.

"관객들 수준이 높아져서 예능은 예능, 연기는 연기로 본다고 하는데 그래도 지금은 작품을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에요. 1년에 한두 개 밖에 안 하니까요. 아직까진 연기가 제일 재미있어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해서 라디오는 나중에 꼭 해보고 싶네요."

김상경은 '1급기밀'로 관객을 만난 뒤, 2015년 촬영을 마치고 오는 2월 개봉하는 영화 '궁합'으로 다시 한 번 스크린 접수에 나선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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