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범위도 안지켜 비판 일어
[ 고윤상 기자 ]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찾겠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사진) 지시로 시작한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판사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조사 결과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법원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사법부 내 사조직’ 논란 중심에 선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진보성향 소모임인 ‘인사모(인권을 사랑하는 판사들의 모임)’ 관련 문서가 여럿 나왔지만 전날 추가조사위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추가조사위 구성원 대부분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인 만큼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숨긴 채 ‘취사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중에는 인사모 소속 법관 일부가 진보 성향 국회의원 등과 접촉하며 ‘김명수 대법관 만들기’ 작업을 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조사 초기부터 법원 내부에서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법관 문제리스트’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 배경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법관들이 대법관을 만들겠다며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은 법원행정처로서 당연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내용”이라며 “조사 내용을 취사선택한 것은 조사위 구성 자체부터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견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건에는 김 대법원장이 춘천지방법원장 재직 시절 상고법원 추진을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법원 신설안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의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사건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 같은 문서의 존재 사실을 사전에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조사위의 조사 방식을 놓고도 법원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가조사위는 PC 강제조사 과정에서 70개 이상의 키워드를 넣어가며 ‘탈탈 털어’ 검찰 수사를 방불케 했다. 애초 추가조사위가 행정처에 알린 조사 범위는 2015년 7월부터 2017년 2월까지였지만 2015년 2월 법원행정처를 떠난 심의관들까지 불러 조사했다. 이를 놓고 법원 내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안 나오니 뭐라도 나와야 한다고 범위를 제멋대로 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자료도 살펴보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은 다음 신중하게 입장을 정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진보성향 판사는 검찰 고발까지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판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권해석이 필요한 때”라고 적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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