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등 고위험군 맞춤 지원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도 양성
[ 이지현 기자 ] 한국은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부동의 1위다. 매일 36명, 40분마다 한 명씩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다. 문재인 정부가 불명예스러운 자살공화국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선언했다. 원인을 분석하고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을 집중 관리해 2022년 자살 사망자를 현재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살 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새해 업무보고에서 확정안을 보고했다. 2016년 기준 국내 자살 사망자는 1만3092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5.6명으로, OECD 평균인 12.1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0대 국정과제에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포함하고 세부 대책을 마련해왔다. 2022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17명으로 낮춰 자살 1위 국가를 벗어나는 것이 목표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36.2%가 정신적 문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제 문제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23.4%, 신체질병이 21.3%로 뒤를 이었다. 복지부는 원인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경찰청 자살사건 수사 자료를 활용해 2012~2016년 자살 사망자 7만 명 전원에 대한 심리부검을 한다. 이를 위해 올해에만 28억원을 투입한다. 자살 동기, 특성, 방법, 장소, 지역별 특성 등을 파악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을 재빨리 병원 등으로 인계하는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를 100만 명 양성한다. 중앙·지방 공무원에게 의무적으로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하고 마을 이장 및 통장, 홀몸노인 생활관리사도 게이트키퍼로 참여토록 한다. 자살 유가족 자조모임, 연예인 및 연습생 심리상담, 집배원 노동환경 개선 등 자살 위험이 높은 계층에 맞춤 지원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 대책으로도 목표 달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때도 자살 사망자 심리 부검 등을 포함한 예방 대책을 발표했지만 근본적 변화 없이는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생명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의 힘이 크다”며 “자살 위험이 높은 이웃을 돌보는 돌봄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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