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후'에 대륙은 '호'

입력 2018-01-23 19:04  

사드 여파 '후~' 날리고… LG생활건강 사상최대 실적

작년 영업이익 9303억원
중국 화장품 상위 5% 겨냥
후·숨 2개 브랜드에만 집중
생활용품·음료도 성장 견조



[ 민지혜 기자 ] LG생활건강은 2006년 고급 화장품 브랜드 ‘후’로 중국에 진출했다. 이후 10년간 20개가 넘는 브랜드 중 다른 브랜드 매장은 중국에 내지 않았다. 2016년 진출한 ‘숨’이 중국에 내보낸 두 번째 브랜드였다.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으로 두 개 브랜드에 주력했다. 선택과 집중전략은 위기 때 빛을 발했다. 다른 기업은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LG생활건강은 작년 중국 화장품 매출이 34% 급증했다. 중국 화장품 매출 증가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중국 ‘후’ 매장 200개 육박

LG생활건강은 23일 지난해 매출 6조2705억원, 영업이익 9303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 비해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5.6% 증가했다. 2005년부터 1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급감하고,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된 것을 뚫고 올린 실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화장품부문은 지난해 매출 3조3111억원과 영업이익 6361억원을 올렸다. 각각 4.9%, 10.0% 증가했다.

화장품 부문 성장은 중국 고가 화장품 시장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후는 ‘옛 궁중 화장비법을 담은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공을 들였다. 최고급 백화점 중심으로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2016년 158개이던 매장이 지난해엔 192개로 늘었다. 또 중국 상위 5% 소비자를 대상으로 럭셔리 마케팅을 폈다. 초우량고객(VIP) 200여 명을 따로 모아 ‘2017 후 중궁연향 인 베이징’ 행사를 열었다. 봄 가을 등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규모 메이크업 행사를 열고 VIP 초청 뷰티클래스를 운영했다. 이 덕분에 중년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여성들도 후를 갖고 싶은 ‘핫’한 브랜드로 인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에선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국내에선 궁중문화 캠페인, 왕실여성문화 체험전을 여는 등 체험 중심으로 젊은 층 대상 마케팅을 펴고 있다”며 “지난해 오휘, VDL, 빌리프도 중국에 진출했기 때문에 올해는 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는 지난해 1조4200억원을, 숨은 3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17%가 중국에서 나왔다. 올해는 두 브랜드를 합쳐 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 가운데 20%를 중국에서 거두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안정적 사업구조로 고성장

화장품 외에 음료사업과 생활용품사업도 사상 최대 실적에 기여했다. 음료사업부문은 매출 1조3789억원, 영업이익 1272억원을 올렸다. 2016년보다 각각 2.6%, 9.7% 늘었다. 탄산음료와 비탄산음료가 고루 성장하면서 시장점유율 29.7%를 기록했다. 커피 ‘조지아’는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고 ‘갈아만든배’는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뛰었다.

생활용품사업은 지난해 매출 1조5804억원과 영업이익 16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0.9%, 10.6% 감소했지만 시장점유율은 37%를 기록하며 시장 선두주자 자리를 지켰다.

함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해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며 “고가 화장품 강화,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의 전략이 통했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면세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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