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말러는 독일 민담시집 《어린이의 요술 뿔피리》 중 여러 편을 가곡으로 작곡했다. 포르투갈 출신 13세기 성인의 일화에서 취재한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도바의 성 안토니우스’(1893)도 그중 하나다. 교회에 사람이 없자 물가로 나간 안토니우스 앞에 물고기, 거북이, 게 등이 몰려들지만 설교가 끝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뿔뿔이 흩어지더란 내용이다.
유대인인 말러에게 기독교 성인을 해학적으로 다룬 노래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 종교를 포함한 모든 권위를 풍자할 수 있어야 자유로운 사회다. 반면 풍자를 별다른 생각도 없이 진실이나 정의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의식 또한 수반돼야 한다. 조롱이나 모독, 나아가 인격살인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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