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앱 규제 논의 미뤄질 가능성 높아
스타트업 업계 "상생의 입장에서 판 짜야"
카풀 규제를 두고 스타트업 업계와 택시 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택시 업계는 해커톤에 불참의사를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을 밀어부치고 있고 카풀 앱(응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은 규제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를 조율해야하는 정부는 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해를 넘기면서 시간만 가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의 1.5차 해커톤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커톤은 민간의 규제 혁신 요구에 합의 초안을 만들기 위해 벌이는 끝장 토론회로 4차위가 주도하고 있다.
택시 업계는 "4차위원장과 대부분의 민간위원이 카풀앱 업계와 IT업계 인사들로 구성돼 택시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중립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해커톤의 들러리 역할은 강력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택시 업계는 카풀에 대한 논의가 4차위의 해커톤이 아닌, 국회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들은 "카풀과 관렵된 2건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전문적인 국회 상임위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찬열 의원(국민의당)이 출퇴근 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좁혀 규정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택시업계의 불참통보에 카풀앱 업체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현재 카풀앱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해 카풀 서비스를 하겠다는 '시간 선택제 시범서비스'로 인해 서울시로부터 유상운송 알선혐의로 수사를 받은 상황이다.
시간선택제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해 카풀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출퇴근 시간을 명확히 정한 일부개정안은 사실상 카풀앱 규제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택시업계는 사실상 법률로 허용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금지해 달라는 '포지티브 규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지티브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세다.
스타트업 업계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카풀 앱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공론화 장(場)을 마련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택시업계와의 상생방안을 찾겠다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통해 자체적인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번 1.5차 해커톤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해커톤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택시 업계의 불참으로 해커톤을 비롯한 토론회가 번번이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4차위 관계자는 "(택시업계의) 참여를 계속해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 업계가 카풀앱에 대한 논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상생의 입장에서 토론하고 장기적인 판을 짜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마냥 기다려줄 수만은 없으니 합법적인 방법 내에서 토론회를 추진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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