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수개월째 승인 미뤄
[ 김진수 기자 ]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인아파트 부지에 들어설 고급 빌라(나인원 한남) 사업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국내 유일한 분양보증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논란을 의식해 사업자 측에 분양가를 낮출 것을 요구하며 분양승인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신금융그룹 계열사인 디에스한남(옛 대신F&I)은 지난해 9월부터 HUG와 실무협의를 거쳐 12월 초 3.3㎡당 평균 분양가를 6360만원가량으로 정해 분양보증 신청을 냈다.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처리 기준’에 따라 인근 ‘한남 더 힐’의 평균 시세(208㎡ 이상 기준)인 6350만원과 비슷하게 맞춘 것이다.
HUG는 그러나 분양신청 50여 일 만인 지난주 후반에야 처음 실사단을 보내 모델하우스와 공사 현장, 한남 더 힐 단지를 둘러봤다. 이달 초에는 “기존 최고 분양가인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가격(3.3㎡당 4750만원)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디에스한남 측은 “토지 매입비용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데다 용산구가 아닌 성동구 성수동 단지와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HUG가 이처럼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는 것은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 집값을 더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HUG는 뒤늦게 “용산구 인근 사업장을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HUG가 비교 기준으로 고려 중인 인근 사업장으로는 ‘한남 현대하이페리온’ ‘금호 리첸시아’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고급 아파트를 일반 아파트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에스한남은 분양보증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대출 이자)으로 매일 1억8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HUG가 강남 집값을 볼모로 개별 단지의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분양보증이라는 독점권을 가진 공공기관이 민간업체에 공식적인 분양처리 기준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행위는 결국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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