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도대체 얼마인가요?”
경기 과천에서 2년여 만에 분양하는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옛 과천주공7-1단지)’의 분양가를 두고 예비 청약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승인했다고 발표한 분양가와 실제 분양가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분양가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HUG가 분양가를 낮아 보이게 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아파트인데 평균 분양가는 두 가지?
25일 대우건설과 과천주공7-1단지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100만 원 수준이다. 일반분양하는 575가구의 분양가를 모두 더한 뒤 이를 총 공급면적으로 나눠 계산한 값이다. 문자 그대로 단지 전체의 평균적인 공급가액인 셈이다.
하지만 HUG가 밝힌 공식 분양가는 달랐다. HUG는 이 단지의 분양가를 3.3㎡당 평균 2955만 원에 분양보증 승인했다고 밝혔다. 시공사와 조합이 계산한 가격과 15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갑자기 분양가를 큰 폭으로 낮추기라도 한 걸까.
총 분양가는 같지만, 조합과 HUG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평균 분양가를 산출해서 발표하다 보니 크게 차이가 난다.
HUG는 평균 분양가를 계산할 때 주택형별 평균 분양가격을 더한 뒤 이를 주택형의 수로 다시 나누는 단순평균을 쓴다. 예컨대 10가지 주택형이 있는 아파트라면 각각의 평균 분양가를 더한 뒤 이를 다시 10으로 나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주택형별 세대수를 고려하지 않는 계산법이다 보니 평균 분양가가 왜곡될 수 있다. 일반분양 가구 수가 거의 없는 대형 주택형의 분양가를 낮추면 전체 평균 분양가격이 크게 낮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까닭이다.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의 경우 전용 59㎡(251가구)와 84㎡(318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의 98.9%를 차지한다. 이들 주택형의 평균분양가는 각각 3.3㎡당 3200만 원과 3050만 원대다. HUG의 계산대로라면 나머지 1.1%를 차지하는 전용 101㎡(2700만 원)와 114㎡(2800만 원)가 전체의 평균을 크게 낮추게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HUG의 발표가 공식 분양가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시장에서 말하는 평균분양가와는 괴리가 큰 편”이라면서 “조합과 시공사에서 계산한 전체 평균가격이나 가중평균 등으로 책정해야 수요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급적 평균분양가를 낮게 발표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고(高)분양가 논란을 피하면서 주변 단지의 분양가격을 통제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과천의 경우 2기 재건축 단지들의 일반분양이 줄줄이 이어지는 만큼 첫 분양 단지의 분양가가 낮을수록 후속 단지의 분양가를 통제하기 쉬워진다”고 꼬집었다.
HUG는 과천과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분양보증을 신청하는 사업장의 3.3㎡당 평균분양가가 인근 아파트의 평균분양가 또는 매매가격의 110%를 초과하거나,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가 또는 최고 분양가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규제의 역설’…과천도 로또?
분양가 억누르기로 인한 ‘로또 청약’이 과천에서 재현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 1억~2억 원에 달하는 웃돈이 형성될 것이란 예상이다.
조합이 밝힌 3.3㎡당 평균분양가를 통해 이 단지의 주택형별 분양가격을 환산하면 전용 59㎡(공급면적 85㎡)는 8억 원 안팎이다. 저층 일부는 8억원 이하다. 전용 84㎡(공급 114㎡)의 경우 중저층이 10억원대, 로열층은 11억원을 넘는다. 전용 101㎡(공급 131㎡)는 10억 중반부터 11억원 중후반대, 전용 114㎡(공급 145㎡)는 12억3000만원 수준이다.
주택형별 중저층 분양가를 인근 단지 매매가격과 비교하면 1억 원 정도 낮다. 형제격인 ‘래미안 과천 센트럴 스위트(주공7-2 재건축)’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해 말 10억 4000만 원에 거래된 뒤 호가가 계속 오르는 중이다. 11억 4000만 원 선에 매물이 나오고 로열 동은 12억 원을 호가한다. 분양가에서 3억 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전용 59㎡는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마지막 실거래가는 8억 6000만 원이다.
입주 때 주변 단지 시세에 수렴할 경우 큰 폭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다 보니 ‘로또 아파트’란 분석도 나온다. 부림동 D공인 관계자는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어느 정도 차익을 얻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면서 “최고급 브랜드인 ‘써밋’이 적용되는 데다 일대가 한꺼번에 고급 단지로 탈바꿈하는 점을 고려하면 2억원 이상의 프리미엄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분양가엔 포함되지 않는 발코니 확장 등 옵션가격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들 옵션비를 포함하면 당첨자가 부담하는 최종 분양가격이 수천만원 오를 수 있어서다. 분양가가 10억원인 전용 84㎡A형 2층의 경우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등 모든 옵션을 선택하면 10억5100만원으로 5%가량 가격이 높아진다. 주택형별 발코니 확장 비용은 1500만원(전용 59㎡)~2800만원(전용 114㎡) 수준이다. 이 밖에도 마감재와 현관 중문 등의 옵션은 수백만원대다. 외국산 주방가구는 700만~1000만원 정도다. 시스템 에어컨 설치는 전용 114㎡ 기준 최대 860만원까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최고급 브랜드가 적용되는 만큼 옵션비도 상당한 셈이다.
◆서울 청약통장도 쓸 수 있을까
강남 등 서울 예비청약자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청약 기회 자체가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과천은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1순위 청약을 당해지역과 기타지역으로 나눠 받아야 한다. 과천에 1년 이상 거주한 세대주가 최우선으로 청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달 31일 당해지역 1순위, 내달 1일 기타지역 1순위 접수로 분양 일정이 짜여 있다. 서울에 거주 중인 예비청약자에게 차례가 오기도 전에 마감될 가능성이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과천은 강남이 오르면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다 시장 예상보다 낮은 분양가로 나와 청약통장을 던지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첨자들의 평균적인 가점 수준은 60점 언저리가 될 듯하다”고 내다봤다.
강남3구의 경우 지난해 분양한 4개 단지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이 55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로또 청약’ 논란이 불거졌던 ‘신반포 센트럴 자이’는 70점,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63점을 기록했다. 4개 단지의 ‘커트 라인’은 41점을 넘었다.
하지만 청약통장 쏠림이 심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오는 3월 ‘과천 위버필드(주공2단지 재건축)’를 시작으로 고급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이 본격적으로 줄을 잇는 데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도 예정되어 있어서다. 과천 인구가 7만여 명 수준으로 많지 않은 만큼 1순위 대기수요도 한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지는 총 1,317가구 가운데 575가구(전용 59~114㎡)를 일반에 분양한다. 이 가운데 6가구를 제외한 569가구가 전용 85㎡ 이하 중소형 평형이어서 사실상 추첨제 물량이 없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점이 높은 과천 청약통장은 대부분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기 재건축 단지 가운데 유일하게 지하철 4호선 과천역에서 아파트까지 지하 통로로 이어진다. 과천중앙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나들이길도 마련된다. 단지 안 공원과 조경면적도 큼직큼직하게 계획했다. 인근 과천나들목(IC)과 양재IC, 우면산터널을 이용하면 강남권에 접근하기 쉽다. 청계초, 관문초, 과천외고 등이 가깝다. 7-1단지 조합 관계자는 “과천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가장 쾌적한 단지로 짓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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