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투자 테마는'공급부족을 사라'
경기확장 국면 속 생산요소 부족
주식 다음으로는 원자재 등 유망
지수추종형 ETF 중심에 두고
일부 자산 액티브펀드에 배분을
[ 나수지 기자 ]
삼성증권은 매달 첫째주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 보고서를 낸다. 최고경영자(CEO) 직속 부서인 자산배분전략담당 사업부가 보고서 작성을 한다. 전체 고객자산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판단을 내리는 총괄 조직을 CEO 직속으로 꾸린 건 삼성증권이 유일하다. 고객자산을 불리는 데 도움이 되는 전망을 제시하려면 영업 등 다른 부서의 영향 없이 객관적으로 의견을 내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 보고서엔 매달 어느 국가의 어떤 자산 비중을 늘리고 줄여야 하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가 촘촘하게 담긴다. 첫 두 장은 보고서 전체 내용을 아우르면서도 쉽게 풀어쓴 ‘투자자에게 쓰는 편지’로 채운다. 자산배분에 관심이 많은 개인투자자는 물론 삼성증권 고객자산 관리를 담당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자산배분전략담당 사업부를 이끄는 이병열 삼성증권 상무(사진)는 이 조직이 신설된 2016년 삼성증권에 둥지를 틀었다. 1992년 한국장기신용은행(현 국민은행) 계열사였던 장은증권에 입사해 2002년부터 영국 푸르덴셜금융그룹 아시아지역 자산운용사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서 대체투자(AI)팀장, 싱가포르 법인 자산운용 담당 이사 등을 거친 ‘베테랑’이다. 이 상무는 “자산배분 전략을 활용해 투자하면 변동성이 줄어들고 장기 성과가 좋아 마음 편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매달 내는 자산배분전략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전망을 내놓습니까.
“자산배분전략담당 부서에는 자산관리(WM)리서치팀 17명, 포트폴리오전략팀 9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아침에 부서회의를 열고 부원들이 투자와 관련해 공부한 내용을 발표합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은 지금이 바닥 수준인가’라는 주제를 누군가 발표하면 이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서 의견이 어느 정도 한 방향으로 모입니다. 매월 셋째주가 되면 그간의 토론 내용을 정리하고 다음달 보고서 내용을 결정합니다.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진 것은 아닌지, 선호하는 국가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 등을 점검합니다. 여기서 초안을 짜면 넷째주에는 모델포트폴리오 전략회의를 열어 보고서 내용을 확정합니다. 전략회의에는 리서치센터 투자전략센터 등 리서치 관련 부서, 랩운용팀 신탁운용팀 등 운용 부서는 물론 영업 관련 부서도 참석합니다. 운용이나 판매 등 실무부서 의견까지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작성한 보고서는 어떻게 활용합니까.
“WM 영업을 하는 모든 삼성증권 PB에게 보고서를 배포합니다. 보고서가 나오는 매월 첫째주에는 사내 방송으로 회사 자산배분전략을 소개합니다. ‘하우스 뷰(회사의 시각)’를 공유해 직원들이 관리하는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9월 첫 보고서를 내면서 내건 목표는 ‘읽기 쉬운 자료를 만들자’는 겁니다. 자료의 1차 소비자는 고객과 만나는 PB입니다. 이 사람들이 보고서를 빠르고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자료를 내는 의미가 사라집니다. 리서치 보고서는 대부분 읽기 힘든 전문용어로 가득하지만 자산배분전략 보고서는 표지에 주제를 함축한 그림을 그리고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처음에 싣고 있습니다. ‘신문 가판대에 걸려 있어도 사볼 만큼 쉽고 경쟁력 있는 자료를 만들자’는 각오입니다.”
▶자산배분전략을 활용한 운용성과는 어떻습니까.
“삼성증권의 대표 종합자산관리서비스 ‘팝(POP) UMA’의 모델 포트폴리오는 자산배분전략에 따라 매달 비중을 조정합니다. 이 상품이 추종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의 작년 수익률은 13.16%를 기록했습니다. 수익률 변동성은 3.6~3.7%입니다. 공모 주식형펀드가 10~15%, 주식이 15%가량임을 감안하면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매우 안정적으로 성과를 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올해 자산배분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요.
“올해도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겁니다. 올해의 투자 테마는 ‘(공급) 부족을 사라(Buy shortage)’입니다. 경기 확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은 다양한 생산요소가 부족해진다는 점입니다. 산업금속 등 원자재, 인력, 산업재 등 다양한 생산요소에서 공급부족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결과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잠재 GDP를 뺀 값인 ‘아웃풋 갭’이 플러스로 나타나게 됩니다. 실질 국내총생산이 늘면 산업 사이클이 진행되기 위해 또 다른 생산요소를 더 투입해야 합니다. 경기 개선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죠. 이 때문에 가장 선호하는 자산은 주식, 다음으로는 원자재 등 대안자산, 회사채, 국채 순입니다.”
▶지역별로 유망한 투자처를 꼽는다면 어디에 주목해야 할까요.
“경기 개선 초기에는 신흥국 성장률이 돋보이지만 경기 확장 국면이 오면 선진국과 신흥국이 동반해 좋은 성과를 냅니다. 두 시장 모두 균형되게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지역별로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투자매력이 돋보입니다. 아시아에는 글로벌 경제 성장에 양적으로 가장 많이 기여하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베트남과 인도 등 글로벌 경기 확장 수혜를 입는 국가가 모두 포진해 있습니다. 아시아 가운데서도 일본은 기업의 이익 개선 속도가 빠르고 수출 등 거시경제 지표도 양호해 주목할 만합니다.”
▶어떤 상품을 활용해 투자할지도 투자자에겐 고민거리입니다.
“어느 시장이나 액티브펀드, 상장지수펀드(ETF)가 각각 좋은 성과를 내는 기간이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글로벌 증시에서 종목이 고르게 상승해 ETF가 유리한 국면이었지만 올해는 액티브펀드나 헤지펀드가 시장 이상의 수익을 내기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장 대표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 종목 개수로 어떤 투자법이 유리한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 주식이 전체 종목의 절반 이상일 때는 액티브펀드가 유리하고, 이하면 ETF 같은 패시브펀드가 유리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숫자가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어 액티브펀드가 유리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삼성전자 비중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25%가량으로 매우 크기 때문에 지수추종형 ETF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일부 자산을 액티브펀드에 배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합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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