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자 繼(계)의 꼴은 온통 실(絲)이다. 실을 가리키는 글자 요소가 다섯 개나 등장한다. 뒷부분은 많은 실이 가운데 구획으로 나뉜 모습이다. 그러나 부수(部首)의 실,(사)가 등장하면서 끊어진 모든 실을 다시 잇는다. 그로써 ‘잇다’라는 새김을 얻었다.
다음 글자 承(승)의 초기 꼴은 무릎을 꿇은 사람이 가운데 등장하고 그를 떠받치는 손 두 개가 이어져 있다. 주술(呪術)과 제례(祭禮)의 글자다. 무엇인가를 받드는 사람이 남들에게 역시 떠받쳐지는 형태다. 이로써 역시 ‘받들다’ ‘이어받다’ 등의 새김을 얻는다.
둘의 쓰임이 많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면 계속(繼續)이다. 야구에서 새 투수가 공을 이어 던지면 계투(繼投)다. 현장의 모습을 전하는 일은 중계(中繼)다. 돌아가신 부모를 이어 그 자리에 오른 분은 계부(繼父), 계모(繼母)다. 계모는 계실(繼室)로도 적는다.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일은 승인(承認), 승복(承服)이다. 이어받는다면 승계(承繼)다. 앞서의 경험과 교훈 등을 뒤의 사람에게 전하면 전승(傳承)이다. 스승으로부터 물려받는 일은 사승(師承)이다.
성어로는 계왕개래(繼往開來)가 우선이다. ‘앞서 지나간 것(往)을 이어(繼) 다가오는 상황(來)을 열어가다(開)’의 엮음이다. 먼저의 흐름을 잘 이어 미래의 상황을 개척한다는 새김의 승전계후(承前啓後)라는 성어도 자주 사용한다. 위를 받아 아래를 펼친다는 뜻의 승상계하(承上啓下)라는 표현도 있다.
정부가 개혁과 혁신을 주창한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앞의 흐름을 살펴 좋은 요소를 잇고, 나쁜 것은 걸러내는 순접(順接)의 지혜가 필요하다. 적폐(積弊)에 이어 ‘적에게 동조했다’는 부역(附逆)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과거의 흐름을 온통 뒤집으면 꿋꿋한 개혁을 펼칠 수 없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접근법은 과거에 늘 봤듯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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